금융 아닌 '여기'도 4대은행이 독점…'그들만의 리그' 또 있다

입력 2023-02-23 09:47
수정 2023-02-23 12:46


대통령까지 나서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예금·대출시장 ‘과점 체제’를 지적하면서 과점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 금융시장이 아닌 곳에서도 농협을 제외한 4대 은행이 ‘과점 체제’로 운영 중인 곳이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금융시장 ‘과점’ 논란과 달리 사실상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팀 점유율 83.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자프로농구는 은행 리그, 금융지주 리그로 불린다. 전체 6개 팀 중 '삼성생명 블루밍스'를 제외한 5곳이 모두 은행팀이어서다. 'KB국민은행 스타즈' '신한은행 에스버드' '하나원큐' '우리은행 우리WON' 'BNK썸' 등 5팀 모두 은행과 지주사(BNK)를 팀명에 붙였다. 은행팀 점유율만 놓고 보면 83.3%에 달한다. 올해 리그 스폰서도 '신한은행(신한은행 SOL)'이 맡고 있을 정도다.

여자프로농구는 4대 은행의 모기업인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한 종목에서 경쟁하는 유일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자회사로 둔 지방 최대금융그룹인 BNK금융도 리그에 속한 만큼 농협금융을 제외한 '5대 금융리그'로도 불린다.

김연경을 앞세운 여자프로배구에 비해 언론의 주목도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4대 은행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만큼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들은 여자농구팀 성적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여자농구는 '독주'올 시즌(2022~2023년) 여자프로농구는 우리은행 천하였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BNK 썸과의 경기에서 76-52로 크게 이기면서 시즌 21승4패(승률 0.840)를 달성, 남은 5경기의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건 지난 2020~21시즌 이후 2년 만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여자프로농구 간판 포워드 김단비를 자유계약(FA)으로 영입한 우리은행은 시즌 내내 독주를 달렸다. 기존 박혜진, 박지현 등 국가대표 라인업에 김단비까지 더해지자 리그 내 적수가 없다는 평가다.

리딩뱅크(자산규모 1위)인 국민은행이 운영하는 'KB국민은행 스타즈'는 올해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5위에 그치며 4위까지 진출하는 '봄 농구(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 KB가 '봄 농구'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2010~2011시즌 이후 12년 만이다. 에이스인 센터 박지수의 출전 공백이 뼈아팠다.

김단비를 우리은행에 내준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BNK썸은 치열한 3,4위 경쟁을 하고 있다. 여자농구에서는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3전 2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러 4위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절대강자인 우리은행과 맞붙어야 한다.

지난해 실적에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순익규모 1위)에 오른 하나은행은 여자농구에선 고개를 숙였다.

하나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전년보다 23.3%(5988억원) 증가한 3조1692억원에 달했다. 빅 2인 '신한은행(3조450억원)'과 '국민은행(2조9960억원)'은 물론 우리은행(2조9198억원)을 앞섰다.

하지만 하나원큐는 27경기를 치른 지난 22일 기준 4승 23패로 6개팀 중 꼴찌다. 1위 우리은행과는 무려 19게임차다. 하나은행은 작년 시즌에도 전체 30경기 가운데 5승 25패로 최하위(6위)에 그쳤다. 올해 올스타 팬 투표 1위에 오른 가드 신지현이 에이스로 분전했지만 뒤를 받쳐줄 선수가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4대 은행 책임감으로 팀 운영4대 은행에서 여자프로농구팀 운영을 맡고 있는 한 임원은 "여자농구는 1984년 LA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최초로 은메달을 수확했지만 최근엔 인기가 예전만 못한 분위기"라면서 "4대 은행이 빠진다면 여자프로농구는 존재하기 어렵고, 리그가 없어지면 국내 여자농구의 수준도 떨어지는 만큼 4대 은행들이 책임감을 갖고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