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와 함께 튀르키예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고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을 공략한다. 전기 상용차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데다 전기 승용차보다 배터리 납품가가 50%가량 높은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에 이어 포드까지 미국 3대 완성차 업체 모두와 합작공장을 꾸리게 됐다.
▶본지 1월 10일자 A12면 참조 투자금 최대 3조원 추정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 튀르키예 대기업인 코치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22일 발표했다. 세 회사는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의 바슈켄트에 연 25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향후 연 45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연 25GWh는 전기 상용차를 연 20만 대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세 기업은 올해 말 공장을 착공해 2026년부터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했다. 생산 규모를 통해 추산한 이들 기업의 초기 투자 금액은 총 2조5000억~3조원이다.
튀르키예 합작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포드와 코치가 현지에 운영 중인 상용차 공장(연 45만 대 규모)에 공급한다. 포드의 전기 밴인 E-트랜짓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쓰이고 있어 협력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도 없다.
포드와 코치는 당초 SK온과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으나 판가 이견 등으로 MOU를 철회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손을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공장에서도 포드용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폴란드공장에서 포드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두 배 늘린 데 이어 라인을 추가로 증설할 계획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선도적인 고객가치 역량을 강화해 포드, 코치와 함께 유럽의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코치그룹은 “이번 투자가 지진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 확대지난해 출시된 E-트랜짓은 포드의 전기차 전환을 이끄는 핵심 차종이다.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15%에서 80%까지 34분 내 충전할 수 있고, 자사 측정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350㎞를 주행한다. 도심 및 단거리 배송 위주로 쓰이고 있다.
내연기관 모델인 기존 트랜짓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글로벌 경형 상용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연간 27만 대가 판매되고 있다. 포드는 이 같은 인기를 기반으로 올해 E-트랜짓을 15만 대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드가 예정대로 생산하게 되면 이 차량에만 총 10.2GWh 배터리가 장착된다. 유럽의회가 이달 14일 트럭, 버스 등 대형 상용차의 탄소배출 규제 법안을 공개한 터라 E-트랜짓을 비롯해 전기 상용차 시장이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작을 통해 미국뿐 아니라 유럽 시장 점유율도 높일 수 있게 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중국 시장 이외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29.7%로 1위를 지켰다. 중국 CATL이 22.3%로 2위이며, 일본 파나소닉(17.1%), SK온(12.7%), 삼성SDI(11.0%)가 ‘톱 5’에 자리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