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꿀벌 대량 폐사의 원인이 된 해충인 '응애'에 대한 대규모 방제에 나선다. 분봉을 통해 피해를 본 농가의 생산 능력을 회복시키고, 500억원 규모의 비용 지원책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꿀벌 피해 농가의 조기 회복을 지원하고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이같이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12월에 이어 두 번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대책이 월동 중 꿀벌 폐사 등 피해 최소화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대책은 봉군 증식, 피해복구,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꿀벌 사육 봉군 수는 약 247만 봉군으로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8.2% 감소했다. 이는 월동 전인 지난해 9∼11월 40만∼50만 봉군에 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농식품부는 꿀벌 전염병인 꿀벌응애감염증을 일으키는 해충인 응애 방제에 실패한 것을 꿀벌 피해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양봉농가에서 오랜 기간 '플루발리네이트' 성분의 방제제를 널리 사용하면서 이 성분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확산, 꿀벌 폐사를 일으켰다고 본 것이다.
농가들이 방제 적기인 7월에 꿀, 로열젤리, 프로폴리스 등 양봉산물 생산을 위해 방제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고, 응애가 이미 확산한 후 방제제를 과다하게 사용해 꿀벌 면역력을 낮춘 것도 피해를 가져온 원인으로 꼽았다. 통상 채밀기인 5~6월엔 방제약품 투입이 어려워 7월에 방제가 필요했지만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꿀벌 폐사의 주된 원인이란 일각의 분석에 대해선 "아직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진단에 따라 올해는 꿀벌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응애 방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방제약품을 신속히 공급하고, 약품 공급시 2년 연속 동일 성분의 약제가 선정되지 않도록 한다. 6∼10월에는 '집중 방제기간'을 운영하고, 방제가 소홀한 농가에 대해서는 정책자금 지원대상 선정 시 불이익을 부여하기로 했다.
피해가 큰 농가에 대한 봉군 수 회복 등 지원책도 내놨다. 정부는 양봉농협, 지역축협 등에 소속된 농가 400여곳을 중심으로 4월 말까지 분봉을 해 피해농가에 공급하기로 했다. 양봉농가가 봉군가 기자재를 구매할 수 있도록 최대 1000만원의 농축산경영자금을 지원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총 500억원 규모의 입식비나 화분·기자재 구매비 지원도 하기로 했다.
피해 재발을 막기 한 연구개발(R&D)에도 나선다. 봉군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사양관리 방안을 개발하고 기후변화와 병해충 발생과의 인과관계 규명을 추진하는 등 꿀벌피해 위험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한 R&D를 진행한다.
농식품부는 최근 꿀벌 피해가 양봉산업 기반이나 자연 생태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양봉 사육밀도는 국토면적 ㎢당 21.8봉군으로 일본의 34배, 미국의 80배 수준이다. 사육 규모도 약 250만 봉군으로 일본(24만2000봉군)의 10배가 넘고, 국토면적이 큰 캐나다(81만봉군)보다도 많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꿀벌 피해를 고기 회복하고 예방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꿀벌피해 재발 방지엔 적기 방제가 중요한만큼 양봉농가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