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우리 은행 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 발언으로 촉발된 5대 은행 과점체제 수술 작업의 닻이 올랐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를 열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 연구기관, 민간 전문가 등이 머리를 맞대 오는 6월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TF의 검토 과제는 크게 6가지다. 이 가운데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이 핵심이다. 금융업 인가 단위를 기능별로 세분화해 핀테크 기업 등이 중소기업 전문은행이나 도소매 전문은행 등 특화 은행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스몰 라이선스가 안건에 오른다. 영국의 챌린지 뱅크 모델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외에도 은행 임직원들의 ‘성과급 잔치’ 논란을 의식해 ‘세이온페이(say-on-pay)’와 ‘클로백(claw back)’ 도입도 추진한다. 세이온페이는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의세 심의하는 제도고 클로백은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추가로 설립되거나 스몰 라이센스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대형 은행들의 과점 체제를 깨뜨리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7년부터 속속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송금, 입출금 수수료를 없애고 26주 적금(카카오뱅크) 같은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 등 국내 은행권에 혁신의 바람을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예적금과 대출 등 핵심 뱅킹 영역에선 평가가 달라진다.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경쟁도 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상위 3개 은행의 시장집중도(CR3)는 가계대출 영역에선 최근 3년새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총자산과 중소기업 대출, 총예금 부문에선 오히려 확대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형 시중은행에 유의미한 경쟁자로 되기엔 아직 규모가 작다”는게 이 위원회의 평가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항상 금리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가령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달 신용점수 951~1000점 차주를 대상으로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5.69~6.12% 구간이었다. 카카오뱅크(연 5.28%)는 이보다 낮았지만, 케이뱅크(연 6.21%)와 토스뱅크(연 6.41%)의 평균 이자율은 더 높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지점과 인력 비용을 줄인 돈으로 고객들한테 금리·수수료 혜택을 주는 것인데, 당국이 시중은행에는 점포 축소를 자제하라면서 대출금리를 내리라는 것도 다소 모순적”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이 검토할 예정인 영국의 챌린저 은행 모델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뉜다. 영국은 2013년 소매 은행부문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춰 50여개의 신규 은행업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레볼루트와 몬조, 스털링 뱅크 등 수백만~수천만명의 고객을 끌어모은 성공 사례도 여럿 나왔다. 그러나 특화 은행들 등장 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대형 은행들에 위협이 될 수 있겠느냐는 또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감원 런던사무소가 2021년 12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대형은행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대형은행은 5%포인트 하락할 때, 온라인 전문은행은 평균 14%포인트 떨어졌다. 낮은 예금금리와 은행 앱 관련 기능, 고객 서비스 편의성 등이 온라인 은행에 대한 불만 사유로 꼽혔다. 이 보고서는 “소비자는 온라인 전문은행과 기존 은행 계좌를 모두 사용하며 주로 소액 결제시에 이용 편의성을 고려해 온라인 전문은행을 이용하는 경향(기존 은행 보조수단)”이라고 적시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