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 이어령 1주기 특별전 열린다

입력 2023-02-21 18:15
수정 2023-02-22 00:22
시대를 대표한 탁월한 지성이었던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1주기를 맞아 그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달 25일부터 4월 23일까지 약 두 달간 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이 전 장관을 추모하는 특별전 ‘이어령의 서(序)’를 연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번 특별전은 부인 강인숙 건국대 명예교수가 운영하는 영인문학관과 함께 기획했다. 시대의 지성이자 석학으로서, 한국 문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이 전 장관의 뜻을 기리는 자리다.

전시는 어둡고 고요한 복도를 걸으며 고인을 추모하는 ‘침묵의 복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어 만나는 ‘창조의 서재’ 영역에서는 이 전 장관이 평소 사용한 책상과 의자, 이화여대 재직 시절 들었던 가방과 안경, 명함 등 유품을 만날 수 있다. 직접 쓴 육필 원고 한 점도 전시돼 고인이 작업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가로 10m, 세로 3m 규모의 전시장 벽면에는 그가 단독으로 쓴 저서 185권을 빼곡히 채워 전시 코너 이름대로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그의 대표 저서로 꼽히는 <저항의 문학>(1959),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3), <축소지향의 일본인>(1982), <공간의 기호학>(2000), <너 어디에서 왔니>(2020) 등 5권의 초판본도 선보인다. 전시장의 ‘이어령과 조우하다’ 부분에서는 영상을 통해 이 전 장관을 만나볼 수 있다.

88올림픽 개·폐회식 기획·연출자, 교육자, 문화부 장관 시절 모습은 물론 손자를 안고 있는 다정한 할아버지 모습까지 ‘인간 이어령’의 참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도서관은 이번 특별전 개막에 맞춰 이 전 장관의 자료를 온라인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 전 장관은 1956년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뒤 문인, 언론인, 문화행정가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 시대 최고 지성이자 한국 대표 석학으로 자리매김했다. 노태우 정부 때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을 지내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립국어원 설립, 도서관 발전 정책 기반 마련 등 문화 정책의 기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2월 26일 암 투병 중 별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