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양자세계·최강빌런 등장에도 하품나는 마블

입력 2023-02-20 18:17
수정 2023-02-21 00:41
마블의 ‘앤트맨’은 작지만 강한 히어로다. 버튼 하나로 몸을 개미처럼 작게 만들 수도 있고, 빌딩만큼 크게 불릴 수도 있다. 이 능력을 활용해 적진을 휘젓고 다니며 악당을 무찌른다. 몸 크기를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인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에 많은 마블 팬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5년 만에 돌아온 앤트맨에선 정작 앤트맨 특유의 매력이 사라졌다. 지난 15일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앤트맨 3)는 마블의 새로운 세계관과 막강한 빌런에게 집중하느라 주인공인 앤트맨을 소홀히 했다. 영화는 앤트맨(폴 러드 분)과 가족 등이 미지의 ‘양자 영역’ 세계 속에 빨려 들어가며 시작된다. 양자 영역은 다양한 괴생명체가 가득한 신비로운 공간으로 묘사된다.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하지만 영화는 양자 영역이란 새로운 세계관을 풀어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빌런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도 많다. 앤트맨은 양자 영역 세계에서 우주 정복자 ‘캉’(조너선 메이저스)을 만나 대립한다. 마블은 영화 개봉 전 캉을 ‘어벤져스’ 시리즈의 빌런 ‘타노스’를 뛰어넘는 최강 빌런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캉은 뭘로 보나 타노스만 못하다. 밋밋하다는 느낌이다. 앤트맨과 캉의 대립이 너무 늦게 이뤄지는 것도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마블이 히어로 영화의 성공방정식을 잊어버린 것 같다”는 얘기가 영화가에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돌아온 앤트맨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국내에선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미국에선 개봉 첫 주말에 매출 1억달러를 넘겼다. 앤트맨 시리즈 가운데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