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나온 가수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사진)는 당시 레코드판(LP)으로도 일부 발매됐다. 가격은 4만4000원. 9년이 흐른 지금, 이 한정판 LP는 중고시장에서 3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개봉 사인본은 500만원이 넘는다.
휴대폰으로 언제든 원하는 노래를 고음질로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대명사인 LP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LP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에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소장하고 싶은 팬심이 더해진 결과다.
20일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LP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8% 늘었다. 2020년(116.7%)과 2021년(47.3%)에 이어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외에서 발매된 LP 수(2638종)가 전년(2721종)보다 줄었는데도 전체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예스24 관계자는 “분야별로 보면 가요 LP 판매량이 3년 연속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3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LP의 인기는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 음악데이터 집계회사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LP 판매량이 CD를 앞질렀다.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LP에 대한 추억이 없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도 LP를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예스24에서 LP를 구매한 사람 셋 중 한 명(36.3%)은 20~30대였다.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5%였다. 젊은 시절 LP로 음악을 들은 60대 이상은 6.6%에 불과했다.
CD나 MP3로 음악을 듣던 20~30대들이 LP에 빠진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일상화하면서 음반을 소장하는 게 젊은 층에 희귀한 경험이 됐다”고 했다. 예스24 관계자는 “LP가 인기를 끄는 건 뉴트로 열풍에 인기 가수의 음반을 특별하게 소장하려는 팬심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며 “수요가 늘자 옛 음반을 재발매하거나 새 앨범을 낼 때 LP를 한정 발매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