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사의 결정을 믿고 매각한 투자자만 바보로 만들었다. 다른 거래소들의 신뢰성까지 깨뜨렸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이 지난 16일 게임회사 위메이드의 코인 위믹스를 재상장하자 투자자들과 다른 거래소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암호화폐거래소가 결성한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지 두 달 만에 코인원이 단독으로 이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닥사는 위메이드가 공시한 유통 계획보다 실제 유통한 위믹스가 30% 이상 많아 ‘허위공시’를 한 데다 여러 차례 소명에서도 수치를 번복하는 등 위메이드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11월 위믹스를 일제히 상폐했다. 코인원은 이런 사유가 해소됐다며 일방적으로 재상장을 강행했다. 투자자 커뮤니티에선 “허위공시를 해도 버티면 된다. 암호화폐 시장이 난장판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닥사 무용론도 나온다. 닥사는 아직 가상자산에 대한 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규제를 통해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시장 혼란을 막자는 취지에서 작년 5월 출범했다. 위믹스 상폐 때 회원사들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업계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공동으로 발표한 사안이었던 만큼 재상장도 다른 거래소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인원은 재상장 이유로 “위메이드의 신뢰성이 회복됐다”고 했지만 위메이드는 재상장 공지 나흘 전 위믹스 상장 추진 사실을 공개했다. 위메이드의 작년 실적 콘퍼런스콜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위믹스 가격은 재상장이 이뤄지기 전까지 1.14달러에서 1.40달러로 22.8% 뛰었다. 위메이드 주가도 덩달아 4.9% 올랐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위믹스 상장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언론에 대놓고 공표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선 “코인원은 재상장 규정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며 “암호화폐거래소들이 힘을 모아도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은데 코인원의 결정은 두고두고 업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