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앤드루 오롤포의 코미디 중 ‘Koreans(한국인)’란 게 있다. “한국인을 보면 정말 샘이 난다. ‘K’라는 글자는 죄다 그들 거다. K팝, K드라마, K바비큐…. ‘K마트’(미국의 빅3 유통점 중 하나였다가 최근 청산)도 K가 한국의 약자였다면 훨씬 잘했을 거다. 2025년쯤 되면 KKK(백인우월주의단체)도 ‘Koreans, Koreans, Koreans’의 약자가 될 거다.”
#2. K팝에서는 그 K마저 필요 없게 될 계기를 맞고 있다.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가 발표된 날, 미국 CNN은 K팝 해외 유통 전문업체 대표의 말을 인용해 “하이브는 더 이상 K팝의 절대강자(juggernaut)가 아니다. K는 묵음이 됐고, 그들은 이제 ‘팝 음악’의 절대강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SM엔터 인수 시 하이브를 소니, 유니버설, 워너뮤직 등 세계 3대 음반 기획사와 같은 반열에 올려놨다.
#3. 하이브에는 이미 글로벌 빅3를 압도하는 분야가 있다. 세계 최대 팬덤 플랫폼 ‘위버스(Weverse)’다. 팬 카페, 아티스트가 진행하는 브이로그, 앨범·굿즈 구매 등 팬덤 활동의 거의 모든 것이 원스톱으로 가능한 플랫폼이다. 단순히 하이브 계열 아이돌 홍보장이 아니라, 입점 80개 IP(아티스트) 중 70개는 블랙핑크(YG 소속) 등 비(非)하이브 계열과 해외 IP다. 전 세계 250여 개국에서 6000만 명이 가입한 국내 기업 플랫폼 중 가장 글로벌화한 곳이다. 게임 회사 넥슨의 플랫폼 총괄과 ‘아기상어’로 유명한 더핑크퐁컴퍼니 부사장 출신인 최준원 대표 아래 개발자만 150명에 이른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생각 이상으로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5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외국어 학습 앱 ‘듀오링고’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언어 순위에서 한국어는 처음으로 중국어를 제치고 7위에 올랐다.
여기에는 위버스의 인기 굿즈 중 하나인 ‘런 코리안 위드 BTS(Learn! KOREAN with BTS)’ 같은 한국어 교재가 한몫했다. K콘텐츠가 중심이 된 한류는 수출 역군이기도 하다. 대표적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원장이 한류를 반도체 등과 더불어 한국을 지탱하는 수출산업의 하나로 꼽을 정도다.
드라마처럼 흘러가는 하이브·카카오 간 SM엔터 인수전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가 촉발했다. 그의 돌팔매질이 하이브를 M&A(기업 인수합병)판에 끌어들일지는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의 경영 비리를 폭로한 그의 문제 제기는 의미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갓창환’으로 불리며 SM엔터의 해결사나 구세주로 과대 포장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 대표의 머니게임에 SM엔터 회사 전체가 휘둘릴 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이수만 전 총괄은 노욕으로 ‘한국 엔터산업의 대부’라는 공든 탑이 무너지고, 말년에 회복하기 힘든 흠집이 났다. 그러나 ‘딴따라’ 가요 판을 한류 핵심 산업으로 끌어올린 그의 공로를 폄훼할 수만은 없다. 그의 선구적 노력이 있었기에 방시혁 하이브 의장, 박진영 JYP 대표 같은 K팝 전도사가 나올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가수나 작사·작곡자로 시작해 프로듀싱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SM엔터 인수전에는 법원의 가처분 판단, 주총 의결, 독과점 심사 등 여러 변수가 있다. 그러나 누가 되든 그 기준은 한국 엔터산업의 글로벌화에 더 기여할 수 있는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