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빌린 빚, 세 배 가까이로…美 할머니 속타는 이유

입력 2023-02-20 17:50
수정 2023-02-20 17:51
40년 이상 정부의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고 허덕인 미국인이 약 4만7000명에 달한다고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미 교육부 자료를 입수한 결과, 40년 이상 학자금 대출 상환을 해온 미국인은 약 4만7000명으로 이들 가운데 82%는 채무 불이행 상태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NYT는 "총 4350만명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자 중 극히 일부이긴 하다"면서도 "이들 존재는 그동안 정부가 조 바이든 현 행정부에 오기까지 시행한 많은 구제 프로그램 정책의 설계와 운용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40여년 전 전문대학을 다니며 5250달러(약 679만원)의 학자금 대출받았다는 C.W. 해밀턴(72)은 장애인 급여에서 강제 공제되는 방식으로 1만3000달러를 갚았다. 그러나 그에겐 여전히 4093달러의 빚이 남아있다.

그는 과거 장애인을 위한 구제 프로그램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또 다른 방식의 대출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했음에도 다시 채무불이행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약 30년 전 소득에 따라 상환액을 줄여줘 노후에는 학자금 상환 부담을 피할 수 있게 한 프로그램(IDR)도 도입됐지만, 국민들이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1980년대 당시 2만5000달러의 학자금을 대출받았다는 72세 여성 로잘리 린치는 2015년에야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고 NYT에 전했다. 그사이 이자 체납 등이 발생해 빚 규모는 6만5000달러로 늘어나, 죽을 때에도 빚더미에 놓여있을까 봐 걱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저소득층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인 전미 소비자보호법센터(NCLC)의 간부인 애비 샤프로스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원래는 IDR 도입으로 누구도 25년 이상 학자금 대출 상환에 처해서는 안 된다"면서 "기념비적인 정책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금융사들조차 회수할 수 없는 빚은 정기적으로 대손상각을 하고 대출 회수에 대한 제한 규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NYT는 정부의 학자금 대출받은 미국인들이 첫 상환 개시일 뒤 최종 상환까지 걸리는 시간은 15년 6개월(중윗값 기준)에 달한다고 전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