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은 한 어머니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슴앓이하는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0일 칠곡군에 따르면 박남희 칠곡군의원은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참사로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첫째 딸 이미영 양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박 의원은 딸 이 양이 세상을 떠난 후 20년 동안 매년 2월이 되면 하루하루가 힘들었다고 전했다.
올해도 일주일 전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지난 18일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간 기능 저하로 3주간 입원 치료를 받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경북예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 양은 여고생임에도 이례적으로 협연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공연 준비로 지하철을 탔다가 변을 당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은 사고 당시 휴대폰으로 "지하철에서 불이 났어요. 문이 열리지 않아요. 구해주세요"라고 박 의원에게 보냈다. 이에 박 의원은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해"라며 딸을 진정시켰으나, 지하철을 뒤덮은 화마를 피할 수 없었다.
박 의원은 이후 군의원의 길을 택했다. 인재로 자녀를 가슴에 묻는 부모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딸을 잃은 아픔을 봉사로 달래기 위해 적십자 등 각종 단체에서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부터는 칠곡군에서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이 양은 하늘나라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하는 엄마를 응원할 것이다.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달라"며 박 의원을 위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지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같은 아픔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일상에서의 안전 의식 개선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20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식은 지난 18일 대구 동구 용수동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렸다.
이 참사는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께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50대 남성의 방화로 발생했다. 승객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는데, 이는 한국 철도 사고 사상 가장 큰 피해로 기록돼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