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국토교통부 산하 지방국토청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시행 중인 공사 대금 직불제의 전면 확산을 추진하고, 건설현장에 맞지 않는 안전 수칙도 정비한다.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불법으로 명시하는 지침까지 만들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재건축 현장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원도급사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주요 12개 건설사 대표이사·부사장이 참석했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은 일반적 노동 문제에 대해선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건설현장 특성 때문에 나온 문제는 숙지하기 어렵다"며 "조정해낼 수 있는 네트워크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 사법경찰력을 통해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직접 조사하고 제재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주는 방안은 국무회의에서 논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부처 간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 안건이 의결될 것이라는 게 원 장관의 판단이다.
건설 현장 공사 대금 직불제 확대도 예고했다. 원 장관은 "대금에 대한 직접 지급은 지자체와 철도공사가 이미 하고 있다"며 "전면 확대되도록 감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안전 수칙은 바꿀 방침이다. 건설노동조합이 건설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안전 수칙을 악용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원 장관은 "타워크레인 반경 50ｍ 아래에 사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안전 수칙 등 노조가 작동되지 않는 안전 수칙을 핑계로 준법 투쟁을 하고 현장을 마비시킨다"며 "낡은 근로감독 관행과 노조의 준법 투쟁 여지가 되는 안전 수칙을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규정을 정비해 불법으로 명시한다. 원 장관은 "타워크레인 공급이 부족하거나 일을 너무 잘해서 상여금으로 돈을 더 지급할 거라면 정식적인 임금 계약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월례비를 불법화 하는 지침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시행령을 개정해 규정을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회계 문제에 대해선 "타인의 돈을 공적으로 관리하는 모든 기금 회계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요 건설사들에는 원도급사가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에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 장관은 "불법 행위로 피해 받는 하도급사에 공사기간 준수를 강요하는 것은 건설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라는 무언의 지시와 다르지 않다"며 "건설현장 실무자들이 이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챙겨 달라"고 했다. 이어 "정부와 원도급사가 함께 하도급, 대금 지급 관련한 불법 행태와 불법을 방치하는 이기적 관행을 바로잡자"고 말했다.
건설사 CEO들은 건설 노조의 불법행위로 공기 지연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지형근 삼성물산 부사장은 "각 건설 현장은 공기를 준수하기 위해 공정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노조의 불법 행위가 지속되면 공기 지연, 비용 발생 등 공정이 영향을 받는다"며 "노조의 요구를 수행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시위가 이어지고 강도도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불법 파업이나 노조의 불법으로 인한 공기 지연에 원청사는 자유롭지 않다"며 "불법 파업으로 인한 공기 연장은 인정해 줘야 한다"고 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노조가 고의적으로 안전환경관리법 위반으로 신고하겠다며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건설사가 근거를 제시하면 처벌을 유예하거나 경감하는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