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은행권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노사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거액의 성과급이 지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비판 여론은 경영진에서 노조로 확산되고 있다. 부랴부랴 ‘10조원+α’ 규모의 사회공헌 대책을 내놨지만 성난 여론의 불길이 계속 번지자 예·적금 금리 인상 등 추가 카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내년에도 성과급 파티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타결된 2022년 임단협에서 성과급 지급 규모를 전년 대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이익 연동 특별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50%를 책정했다. 전년(기본급의 300%)보다 50%포인트 높였다.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현금 300%+우리사주 61%)를, 농협은행은 기본급의 400%를 성과급으로 주기로 했다. 전년에 각각 기본급의 300%(현금 250%+우리사주 50%)와 350%를 지급했던 것보다 50%포인트가량 높아졌다. 국민은행은 기본급의 280%에 특별격려금 340만원을 주는 데 합의했다. 전년엔 기본급의 300%를 지급했다.
우리은행 노사는 성과급 규모를 기본급의 200%대 후반으로 잠정 합의했다.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확정돼야 성과급 지급률을 결정하는 만큼 정확한 규모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 후 산출될 예정이다.
임금 인상률은 5대 은행 모두 일반직 기본급을 기준으로 지난해 2.4%에서 올해 3.0%로 높였다. 지난해 1∼3분기 임직원 1인당 누적 급여액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9400만원으로 1억원에 달했다. 우리 8600만원, 신한 8200만원, 농협은행이 7200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복리후생비도 증가 추세다. 2021년 5대 은행의 복리후생비 지급 규모는 4036억원으로 전년(3699억원) 대비 9.1% 증가했다. 임직원 1인당으로 따져보면 신한이 758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농협(702만원), 하나(610만원), 국민(543만원), 우리(78만원) 등 순이다.
금융당국의 성과급 점검 대상은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보험·카드사에 이어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 성과 보상 체계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의 부동산 PF 부실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는데, 이런 와중에 부적절한 성과급을 챙긴 증권사 임직원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단기 성과를 중심으로 성과급 지표가 구성된 건 아닌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성과급 일부를 이연 지급하는 제도가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이연 지급제는 금융사 임원 등이 단기 실적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성과급의 40% 이상을 3년 이상 나눠서 지급하는 제도다. 금융사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클로백’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출구가 안 보인다” 진퇴양난은행들은 점점 진퇴양난의 길로 빠지고 있다. 부랴부랴 3년간 10조원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내놨지만 이마저도 “문제의 본질과 어긋나 있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는 지적을 받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만기 연장, 이자 감면 및 유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며 “이를 더 확대하면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적금 금리를 파격적으로 올리는 등 일반 고객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추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권 안팎에선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들이 지난해 막대한 이자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정부의 시장 개입에 따른 ‘금리 왜곡’ 현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상용/이소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