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유럽 천연가스값 최저치 추락

입력 2023-02-19 18:08
수정 2023-02-20 00:58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1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지난해 2월보다 약 30%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대러 제재 이후 에너지난이 예고됐지만 따뜻한 날씨와 에너지 저장 덕분으로 한숨 돌렸다는 평가다.

지난 17일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은 전일 대비 5.7% 하락해 메가와트시(㎿h)당 49.05유로를 기록했다. ㎿h당 50유로 선이 깨진 것은 2021년 9월 이후 18개월 만이다. 최근 한 달간만 20.5% 떨어졌다.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해 8월 말 ㎿h당 330유로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제재에 들어가자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가격은 당시 고점의 7분의 1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21년 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은 40%에 달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갔을 때 유럽이 겨울철 한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랐다. 유럽 국가들도 부랴부랴 천연가스 저장량 늘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예상보다 따뜻한 겨울을 지내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겨울이 6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 수준은 약 65%로 평소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라시아그룹의 고문 헤닝 글로이스타인은 “유럽이 성공적으로 러시아 천연가스(의 영향력)를 제거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대책 완화로 경제가 개방되면서 아시아의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