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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던 중국 증시가 이달 들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내수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건설·인프라주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4일부터 시작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주목하라고 했다.
양회 수혜 업종은 건설·철강19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양회를 앞둔 1개월 동안 열 번 중 여덟 번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던 지난해에도 상하이종합지수는 양회를 앞두고 1개월 동안 3.6% 올랐다. 통상적으로 중국 정부가 양회에서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는데, 이를 앞두고 투자심리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건설 등 인프라 투자와 관련한 업종들이 평균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이 최근 5년간 양회 1개월 전 중국 증시 내 업종별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철강업종은 연평균 9.0%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어 비철금속(7.0%), 건설(6.3%), 유틸리티(6.1%), 정보기술(IT) 하드웨어(5.8%) 순서였다.
이런 기대를 반영해 건설, 철강, 비철금속 업종 주요 종목들은 올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몰리브덴 생산업체인 낙양몰리브덴은 연초 이후 지난 16일까지 24.6% 급등했다. 희귀금속인 몰리브덴은 철강, 스테인리스 등의 합금을 만드는 데 쓰인다.
건설 및 건자재 업체들도 상승세다. 중국 내 최대 건설업체인 중국교통건설은 연초 이후 16일까지 7.13%, 중국 최대 중장비 제조업체인 삼일중공은 12.7% 상승했다. 신강천산시멘트(10.85%), 북신건축재료(14.07%) 등 건자재 업체들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초 목표치(5.5%)보다 낮은 3.0%에 그쳤기 때문이다. 춘제(설) 이후 경기지표 상승세가 뚜렷하지 않은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집계돼 전달(49.0)보다 소폭 올랐지만 기준선인 50을 넘지 못했다. 경기동향 지표인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은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 주도의 부양 정책을 펼쳐야 함을 의미한다”며 “양회에서 부양책이 나오면 그동안 억눌렸던 건설, 철강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 투자 고려하면 ‘동수서산’ 테마양회 이후까지 내다본 장기적인 투자를 고려한다면 중국의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 수혜주를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양회 종료 후 주가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동수서산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프로젝트로, 경제 발전 수준이 높은 동쪽 도시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서쪽 지역에 보내 처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는 사업이다. 해저케이블,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광모듈 등의 업체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신통원과 KB증권에 따르면 1월 중국에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거나 착공한 프로젝트는 46개, 투자 규모는 1689억2000만위안(약 31조4000억원)에 달한다. 증권가가 추정한 전체 프로젝트 투자 규모(6889억위안)의 24%가 이미 집행된 셈이다.
관련 수혜주들도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통신 광모듈업체인 중제욱창과 광신기술은 연초 이후 16일까지 각각 23.8%, 36.9% 상승했다.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업체인 낭조전자정보산업은 같은 기간 67.8% 급등했다. 다만 강소형통광전자를 비롯한 일부 종목은 연초에 주가가 9% 넘게 빠지기도 했다. 관련주 가운데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동수서산 테마 지수는 지난해 10월 대비 53% 넘게 상승해 리오프닝주들의 평균 수익률(10.1%)을 웃돈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