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문과 침공’ 보완책을 마련하는 대학에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한다. 2022학년도부터 대학 입시에 문·이과 통합수능이 도입되면서, 이과 학생들이 인문사회계열에 대거 합격하는 현상이 계속되자 대책을 꺼내든 것이다.
교육부는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고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방식으로 입시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에 지원금을 준다. 사업은 3년 단위로 진행되는데, 올해는 91개 대학에 국고 575억원을 지급한다. 2024학년도 대입 전형을 평가해 차등적으로 2억5000만~7억원을 지원한다.
올해 평가 지표에 새로 추가된 항목은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는 전형 운영 여부’다. 100점 만점 평가에서 10점이 배정된다. 통합수능 도입 이후 수능에서 이과 과목을 치른 학생들이 문과 계열 학과에 교차지원할 수 있게 되자 상위권 대학 인문사회계열엔 이과생이 대거 합격하고 있다. 단적으로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영어교육과 최초 합격생의 80%, 경제학부 74%가 이과 수학인 ‘미적분·기하’를 택했다.
교육부가 새로운 지표를 추가한 것은 대학이 문과 침공 문제를 해소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필수 응시과목을 폐지하거나 탐구 영역 변환표준점수를 통합해 산출하는 방식을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는 전형의) 예로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 위주의 정시 비율 확대도 유도한다. 지원 대상 대학 중 수도권 대학은 30% 이상을 수능 위주 전형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16개 대학은 수능 위주 전형 선발자가 40%를 넘겨야 한다. 지방대학은 수능 위주와 학생부 교과 전형을 합한 비율이 30% 이상이면 된다.
정부는 평가 결과에 따라 각 대학을 우수(20%), 보통(60%), 미흡(20%)으로 구분할 계획이다. 미흡 대학에서 깎인 사업비는 우수 대학에 얹어주는 식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