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대한항공이 최근 발표한 마일리지 개편안을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이 낸 혈세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국책은행을 통한 긴급 자금을 지원받은 것은 잊고, 소비자를 우롱하면 되겠냐”며 “이제라도 마일리지 공제 방안에 대해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SNS에서 “은행, 통신사의 독과점 폭리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의 장거리 항공 노선을 사실상 독점한 대한항공의 탐욕이 국민 분노를 폭발시켰다”고 쏘아붙였다. 정 위원장은 이어 “은행, 통신, 대한항공의 독과점 행패가 여전하다”며 “시장이 자율적으로 시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정부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썼다.
전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SNS에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고객들이 애써 쌓은 마일리지 가치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인 개편안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변경하는 내용의 새 마일리지 제도를 오는 4월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뉴욕 등 장거리 좌석을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마일리지는 대폭 늘어나고, 일본 및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 탑승용 마일리지는 줄어든다.
대한항공은 소비자 불만에 이어 원 장관까지 비판에 나서자 새 마일리지 제도 시행 시기를 2~3개월 미루고, ‘마일리지 특별 전세기’를 띄워 마일리지 좌석을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성 의장은 이에 대해서도 “조삼모사식의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새 마일리지 개편안의 불공정 여부를 심사할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개선안에 대해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노경목/김익환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