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2500선 벽을 넘지 못한 채 주춤거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외국인 순매수가 줄어들면서다. 뚜렷한 증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법, 애플페이 등 ‘테마주 장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상승 종목이 급격히 바뀌는 순환매 장세에 올라타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단기과열종목 지정예고’ 공시 건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총 50건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지수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던 지난달 관련 공시 건수가 51건임을 고려하면 이달 단기 급등세가 더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상승세를 탔던 코스피지수는 이달 1.08% 오르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줄어든 영향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5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서 1조366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번주(2월 13~17일) 순매수 규모는 1914억원에 그쳤다.
호재가 부각된 일부 개별 종목이 돌아가면서 단기 급등세를 타고 있다. 3일 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 국내 도입을 공식화하자 관련주로 분류되는 한국정보통신, 하인크코리아, 이루온 등은 줄줄이 상승세를 탔다. 급등세 이후엔 주가가 빠르게 빠졌다. 하인크코리아는 이달 고점 대비 15.5%, 한국정보통신은 14.2%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들도 향후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챗GPT 수혜를 본 AI 테마주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AI 챗봇업체인 셀바스AI의 경우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74% 상승했다. 코난테크놀로지와 오픈엣지테크놀로지도 같은 기간 각각 127.9%, 72.3% 급등했다.
‘K칩스법’으로 통하는 반도체산업강화법의 국회 통과 기대감으로 중소 반도체주도 급등세를 탔다. 제주반도체는 최근 5거래일 동안 18.6%, 에이디칩스는 39.6% 상승했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박스권 안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지만 테마주 시장은 AI, K칩스법, 중국 철강 수요 등으로 여전히 분주하다”며 “시장의 수급이 받쳐주지 않거나 투자자들이 다른 테마로 넘어가면 순식간에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기업 위주로 중장기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이 하향되면서 실적주가 매우 희소해졌다”며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한 ‘롱-숏’ 투자전략의 성과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