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어떻게 해야 하나요?”
회원 수 125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때아닌 카공족 논쟁이 벌어졌다.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몇 시간씩 자리를 차지한 이들 때문에 매장 회전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원래도 종종 나오던 얘기지만 최근 원두나 우유 등 원부자재 값이 많이 오른 데다 소비침체, 경쟁심화 등으로 카페들이 운영난을 겪으면서 매출 하락 요인에 민감해지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카페를 개업한 지 얼마 안 됐다고 소개한 한 카페 사장이 “한 주에 3~4번 오는 한 손님이 매번 3500원짜리 아메리카노나 4500원짜리 핸드드립 커피 시키고 가끔 2500원짜리 소금빵 시켜서 먹는데 하루에 최소 6시간 앉아있다”며 고민을 털어놓은 글이 화제가 됐다.
또다른 자영업자가 “과외교사 손님이 자리 하나 잡고 학생이 3번 바뀌었던 적도 있다. 총 7시간이었다”고 한탄한 내용도 함께 회자됐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 원두 가격은 2020년 말부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뭄과 서리 등 이상 기후 여파로 브라질의 원두 작황이 나빠졌고 코로나19 이후 커피 수요도 크게 늘었다. 최근 생두 수입가가 진정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원유(原乳)값 상승에 따른 ‘밀크플레이션’ 여파가 커피업계를 덮쳤다. 설상가상 각종 음료의 재료가 되는 과일 가격도 무섭게 치솟고 있다.
하지만 커피 가격을 쉽게 올리긴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저가 커피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출혈성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
국세청이 발표한 생활업종 월별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커피음료점 등록업체는 7만7543개로 1년새 1만1000개 늘었다. 전국 편의점 등록업체(약 4만6937개) 수를 훨씬 뛰어넘는 숫자다. 특히 초기 창업비용이 적게 드는 편인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 확장세가 두드러졌다.
한 카페 운영자는 “카공족들이 4000~5000원짜리 음료를 하나 시키고 6~7시간 자리를 차지하면서 소비하는 난방비, 전기세 등을 감안하면 남는 게 없다”면서 ‘콘센트 없애기’, ‘와이파이 차단하기’ 등의 방법을 조언했다.
그는 “몇 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일으킬 수 있는 매출을 빼앗아가는 점을 감안하면 카공족 한 명당 수입은 사실상 마이너스다.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 자리당 시간 제한을 두는 방안을 제안하는 업주도 있었다.
반응은 엇갈렸다. “카공족을 제한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지만 고객을 받지 않겠다는 것도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 고양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 씨(40)는 “카공족 수요도 카페 장사가 활성화되는 데 한 몫하는데 무조건 배척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손님이 많고 적고 등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