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몇 번의 결정적 고비나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수전 워치츠키(55)도 그랬다. 1998년 그는 스탠퍼드대 대학원생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게 캘리포니아 집의 차고를 월세 1700달러(약 218만원)에 빌려줬다. 집 담보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였고, 집주인과 세입자로 끝날 수도 있는 관계였다. 하지만 달랐다. 인텔의 마케팅 담당이던 워치츠키는 페이지와 그린이 막 개발한 검색엔진 ‘구글’을 자주 이용했다. 어느 날 구글이 다운돼 검색을 못하게 되자 그는 깨달았다. 자기도 모르게 구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대기업 인텔을 그만두고 직원 15명인 벤처기업 구글의 16번째 사원이 됐다. 가능성을 본 것이다.
워치츠키는 구글 광고 부문의 혁신을 이끌며 큰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구글 자체 동영상인 구글비디오는 시원찮았다. 2005년 2월 설립된 유튜브에 한참 밀렸다. 그러자 그는 페이지와 그린을 설득해 2006년 10월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약 2조1186억원)에 인수했다. 지금 유튜브의 기업가치는 160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찌감치 가능성을 알아본 결과였다.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워치츠키는 1990년 컴퓨터과학 입문 과정 ‘CS50’를 수강했다. 그는 “그 강의가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고 말했다. 당시 컴퓨터와의 만남이 그를 실리콘밸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워치츠키는 다섯 명의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1999년 임신 중인 상태로 구글에 입사한 그는 구글의 첫 출산휴가 사용자였다. 2014년 유튜브 CEO가 됐을 땐 다섯째를 낳고 출산휴가를 다녀왔다. 하지만 그에게 경력 단절은 없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 항상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가족에게 헌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막중한 일을 해냈을까. 그는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비밀병기”라고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서비스인지 아닌지를 보면 성패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킹맘의 성공모델인 그가 “가족과 건강, 개인적인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그제 사임을 발표했다. 참으로 놀라운 인생, 멋진 은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