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열흘 만에 또 외쳤다…'JY표 반도체 전략' 정체 [정지은의 산업노트]

입력 2023-02-17 15:47
수정 2023-02-17 16:13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7일 삼성전자 반도체 패키지 사업 현장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 패키징 분야 인력을 확보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반도체 초격차’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장이 공개적으로 ‘투자’를 강조한 것은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삼성전자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혁신을 도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JY표’ 반도체 육성 전략은이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에서 반도체 패키지를 다루는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찾아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그는 차세대 패키지 경쟁력 및 연구개발(R&D) 역량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패키지는 반도체를 전자기기에 맞는 형태로 제작하는 공정이다. 칩을 기판 등에 장착하는 과정에서 칩이 외부와 통신할 수 있도록 전기 신호가 흐르는 길을 만들고, 외형을 가공해 제품화하는 필수 후공정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 간 미세공정 경쟁이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난제라는 한계에 부닥치면서 중요성이 커진 분야다. 최근 구글, 애플 등 독자 칩을 개발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가 늘어나면서 고객사 주문을 반영하는 첨단 패키징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인공지능(AI), 5G(5세대), 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갖춘 반도체 패키지 기술도 요구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HBM(고대역폭 메모리), WLP(웨이퍼레벨패키지) 등 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보며 사업 현안 등을 챙겼다. 그는 경계현 DS부문장(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등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과 간담회도 열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을 위한 투자를 거듭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양캠퍼스에서는 패키지 기술개발 부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소통했다.반도체 패키지 더 투자할 듯올해 이 회장 주도로 반도체 패키지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DS부문 내 패키지 사업 전담 조직인 AVP(어드밴스트 패키지)팀을 신설했다.

그동안 후공정인 반도체 패키지는 팹리스(설계)나 파운드리(생산) 등 전공정에 비해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미세공정 한계 등으로 단일 칩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난제가 급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러 종류의 반도체 칩을 하나의 기판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첨단 패키지 역량이 반도체 사업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로프먼트에 따르면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시장 규모는 2021년 27억4000만달러에서 2027년 78억7000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의 경우 방대한 후공정 생태계를 구축, 패키지 기술에서 삼성전자보다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엔 일본 쓰쿠바시에 후공정 전문 연구개발 시설도 지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려면 패키지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며 “이 회장이 앞선 기술을 확보하고 확대하기 위한 공격적 기술 투자와 인재 육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열흘만에 또 ‘투자’ 강조이 회장이 공개적으로 인재와 기술에 대한 투자 의지를 드러낸 것은 열흘 만이다. 지난 7일엔 충남 아산시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인재와 기술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큰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뉴 삼성’의 기본 경영방침도 인재와 기술 투자가 핵심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취임 후 꾸준히 지역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미래 투자를 구상하는 행보도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이 지난해 10월 취임 후 5개월 간 방문한 사업장은 삼성전자(광주), 삼성전기(부산) 등 7곳에 이른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역사업장에 대한 투자는 해당 지역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의 활성화로도 이어진다”며 “이 회장이 지방 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의지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