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소매판매,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악재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제 좀 약해졌음 하는 노동시장과 경기는 여전히 강력했습니다. 꺾였음 하는 물가는 변함없이 끈적끈적했습니다.
'1월 랠리'와 대비되는 '2월 쇼크'였습니다. 처음엔 채권시장만 반응하더니 증시도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피벗'(정책전환)은 고사하고 금리 인상 중단 얘기도 쏙 들어갔습니다. '빅 스텝' 확률이 올라가고 추가 인상론의 흐름만 범람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4연타의 매를 맞은 만큼 이제는 분위기 전환을 할 수 있을까요. 대통령의 날인 월요일(20일)에 휴장하면 숨고르기를 할 수 있을까요. '노 랜딩'의 나라 미국에 반기를 드는 나라들이 나올 수 있을까요.
때마침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록이 공개됩니다. 최근 물가상승의 주범이 된 에너지와 주거비 비중이 낮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공개됩니다.
그리고 캐나다와 함께 빠른 출구전략을 모색 중인 한국이 기준금리를 먼저 동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리인상이나 긴축에 맞서는 움직임이 형성될 지가 관심입니다. 이른바 '노 타이트닝'(no tightening)이나 '노 하이킹(no hiking)입니다.
'노 랜딩'이 아닌 '노 타이트닝'을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이슈와 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피벗 수요일' vs '검은 수요일' 1주일 새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5월이면 금리인상이 끝날 것 같다는 기대는 산산조각났습니다. 오히려 6월과 7월에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생각이 확산됐습니다. 3월에 베이비 스텝이 아니라 빅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도 힘을 키우고 있습니다.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Fed 인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래도 침묵을 지켜온 FOMC 투표권자들의 속내는 어떨까요.
22일(현지시간) 공개되는 2월 FOMC 회의록(의사록)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1일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의사록에서 금리인상 중단 조건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향후 정책 경로와 경제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2% 물가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야할 길은 멀다는 내용 속에서 소수 의견 형태로라도 금리인상 중단이나 피벗에 대한 발언이 있다면 시장 분위기 반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노 랜딩'대신 '노 타이트닝' 이어지나
긴축은 여전히 대세입니다. 러시아와 중국, 튀르키예 같은 나라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조금씩 금리인상의 부작용이 생기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고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고용도 줄고 경기도 식어가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이지 유럽과 중국 모두 경기가 꺾이는 건 거역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미국만 '독야청청'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따라하기를 계속 한다는 건 무리입니다. 주요국 중 캐나다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캐나다중앙은행은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4.25%에서 4.50%로 올리면서 "당분간 금리인상을 보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캐나다는 지난해 3월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1년도 안돼 금리를 4.5%로 올렸습니다. 빠른 긴축으로 물가는 다소 잡혔습니다. 캐나다의 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6월 8.1%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12월 6.3%로 둔화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식어가고 있습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는 "급격한 금리 인상이 과도한 수요와 과열된 노동시장을 위축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캐나다는 자원 부국입니다. 외환시장도 안정적입니다. 미국을 따라가지 않고 그나마 주체적으로 통화정책을 할 상황이 된다는 겁니다.
캐스팅 보트 행사 이후 문제는 환율
한국은 어떨까요. 천연 자원도 없고 가진 건 인적자원밖에 없습니다. 최고의 자랑거리인 수출도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조금씩 완화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냉각됐고 실물경기도 식고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엔 2년여만에 역성장을 하더니 올해엔 1%대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엽니다. 미국시간으로 22일 오후 8시이고 한국시간으로 23일 목요일 오전 10시입니다.
금리 동결과 25bp 인상 의견이 팽팽합니다. 현재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동결파'입니다.
캐스팅 보트를 쥔 이 총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어느 때보다 이 총재의 메시지가 중요해졌습니다. "금리를 동결하고 당분간 지켜보겠다"고 할까요. 그래도 계속 물가 잡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할까요.
캐나다에 이어 한국도 '노 타이트닝' 흐름을 이어간다면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환율입니다. 미국의 물가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자 달러 가치는 이미 치솟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한국이 금리를 먼저 동결하면 달러 강세폭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 때 유럽과 일본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고물가 때문에 긴축을 이어간다면 강달러 폭은 다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선장이 바뀐 일본 통화당국과 중국도 어떤 변화를 보일 지도 중요합니다.
PCE 쇼크까지 이어지나
여전히 중요한 것은 데이터입니다. Fed 인사들은 입만 열면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월 고용보고서와 CPI, PPI, 소매판매는 긴축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4연속 매파적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까요.
24일 오전 8시30분에 나오는 1월 PCE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1월 CPI 상승은 에너지와 주거비가 주도했습니다. PCE의 주거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 CPI보다 상승률이 낮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시장 전망치는 전년 동기대비 4.8%입니다. 지난해 12월엔 5.0%였습니다. 시장 예상과 다르면 증시는 또 출렁일 전망입니다.
4연타를 맞은 뉴욕 증시와 채권시장이 이번주에 반전을 꾀할 수 있을까요. 의사록과 한국의 금통위, PCE가 분위기 전환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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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