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추가 연장근로 폐지 두 달…매일 '불법' 줄타는 영세中企

입력 2023-02-16 18:16
수정 2023-02-17 01:59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한 차량 부품업체의 김모 대표는 “사장과 직원 모두 숨죽이며 연장근로를 하고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이라 직원 구하기가 어려운데 납기는 맞춰야 하니 원래 있던 직원들이 법정근로시간(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불법 신세”라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2019년 설립된 뷰티 스타트업 파워플레이어는 직원이 18명이다. 올해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화장품 소비량 측정기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근로시간 규제가 변수다.

이 회사 김유제 대표는 “작년 말 연구개발(R&D)을 끝냈고 올 상반기 신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라며 “직원들이 더 일하고 싶다고 하고 (회사는) 추가 수당을 줄 용의가 있지만 일을 더 시키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허용한 ‘8시간 추가 연장근로’가 작년 말 종료(일몰)되면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추가 근로를 못 하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데 이제 추가 근로가 불법이 되면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30인 미만 제조업체 400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1%가 ‘8시간 추가 연장근로제에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8시간 추가 연장근로제는 2021년 7월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확대하면서 영세 사업장을 위해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일몰(법 효력 중단)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연장을 추진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근로시간 선택권을 박탈당했다”는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업주들도 “직원들이 연장근로를 원해도 사장이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주 52시간 위반이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부양가족이 있는 중장년 직원은 (주 52시간 넘게 일하는) 주 6일 근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곽용희/이시은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