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발간된 ‘2022 국방백서’에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이 6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북한이 지난해 15차례 9·19 군사합의를 위반해 군사도발을 하는 등 엄중한 안보 현실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백서에는 북한이 핵물질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 보유량을 20㎏ 이상 늘려 핵탄두 보유 능력을 크게 강화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9·19 합의 반복 위반 반영”
16일 국방부가 발간한 국방백서는 정부의 국방 정책과 안보 현안을 국내외에 알리는 공식 보고서다. 2년 주기로 발간된다. 국방부는 백서에서 “북한은 2021년 개정된 노동당 규약 전문에 한반도 전역의 공산주의화를 명시하고, 2022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규정했다”며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 적”이라고 기술했다.
북한에 대해 ‘적’이란 표현을 쓴 것은 2016년 백서의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 표현 이후 6년 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대남 전략, 우리를 적으로 규정한 사례, 지속적인 핵전력 고도화, 군사적 위협과 도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반복해서 위반한 점도 백서의 표현 수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백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북한의 9·19 합의 위반 주요 사례는 총 17건이다. 이 중 15건이 작년 10월 이후 발생했다. 백서는 “해상완충구역 내 포사격 및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의 미사일 발사, 무인기 침범 등 상호 적대행위 중지 조치를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안보 현실에 직전 백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기술한 표현도 ‘김정은’으로 썼다. 국방부는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지칭한 부분이나 현재 안보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핵탄두 12기 이상 생산 가능북한이 플루토늄 등 핵물질 보유량을 늘렸다고 명시한 것도 이번 백서의 특징이다. 백서는 “(북한이) 최근까지 핵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 70여㎏,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통해 고농축 우라늄(HEU)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2020 국방백서’까지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이 ‘50여㎏’으로 돼 있었는데, 이번엔 20㎏ 늘어난 것으로 재평가됐다.
이는 북한이 2021년 7월 영변 핵시설에서 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한 것을 국제사회가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현 기술력으로 핵탄두 1기에 플루토늄 6㎏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적게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단순 산술 계산을 하면 12기 이상 핵탄두 생산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백서는 또 북한이 “1980년대부터 영변 등 핵시설 가동을 통해 핵물질을 생산해 왔다”고 적었다. 기존에 썼던 ‘영변 핵시설’에 붙인 ‘등’은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 광산을 비롯한 핵 추출·재처리 등 일련의 시설을 의미한다.
북한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ㅅ·5ㅅ형, 고중량 탄두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군 관계자는 고중량 탄두형에 대해 “우리의 것(현무5 등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상쇄시키려고 개발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