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사·정 머리 맞대 고용 쇼크 대비해야

입력 2023-02-16 18:05
수정 2023-02-17 00:26
한국 경제는 작년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 현상’을 힘겹게 버텨냈다. 경제가 작년보다는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계묘년을 맞이했지만, 글로벌 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경기 침체’라는 불이 조만간 발등에 떨어질 모양새다. 올해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비관적이다. 올초 세계은행이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1.7%로 대폭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올해 세계 경제의 3분의 1, 유럽연합(EU)의 절반 정도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언급한 걸 보면 경기 침체가 정말 코앞까지 다가온 것 같다.

더 암울한 것은 우리 경제 곳곳에서도 경기 침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0.4%를 기록했고 올해 경제성장률도 1%대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 회복 흐름이 약해지는 가운데 위기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마저 줄어들고 있다. 올 1월까지 수출은 4개월 연속 줄었고, 무역수지도 1년째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이 초래한 가계부채 이자 부담과 부동산시장 침체도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런 대내외 경기 둔화로 수익이 줄어든 기업들은 비상 경영에 나서고 있다. 작년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은 2021년보다 7.2% 감소했고, 대기업의 영업이익 감소폭은 12.5%에 달했다(1~3분기 누계). 이익이 줄자 신규 투자계획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마저 해외 출장 50% 축소, 프린터 용지를 포함한 사무용품 절약 등 전방위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경기 침체 조짐이 가시화하면서 번 돈으로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작년 한계기업 비중은 18.6%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이 치솟았다. 높은 금리로 이자를 버티지 못한 한계기업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파산에 이를 수 있다. 기업이 파산하면 실업자가 늘어나고 가계 부실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서는 금융 부실과 직결될 수 있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는 경제·산업 전반에 불안감을 고조시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이 신통치 않으니 기업들이 고용을 확대하기는커녕 유지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요 기관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작년 81만6000명의 약 10분의 1 수준인 8만~10만 명대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고용시장에 한파가 닥치고 있다.

일자리 문제는 국민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노·사·정이 합심해서 올해 불어닥칠 고용 쇼크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노동계는 지나친 임금 인상과 과도한 복지 확대 요구를 자제하고, 고용을 확대 유지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과감하고 대폭적인 양보까지 검토해야 한다. 기업도 사람을 내보내기보다는 ‘재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고용을 지켜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재교육은 기업이 고용 유지는 물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주며 근로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실업의 고통도 덜어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복합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계층인 만큼 정부는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에 빈틈은 없는지 점검하고 챙겨야 한다. 또 고용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노사에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지원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