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올해도 지속되면서 정부 재정과 금융 시장으로 여파가 번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은행의 수익성은 3년 동안 지속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악화하고 있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무디스는 전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시장 부진이 그동안 다른 영역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부 재정에 위기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신규 주택 판매는 지난달까지 19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중국 부동산 산업은 개발업체가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지방정부로부터 토지사용권을 사 아파트를 짓는 게 전형적인 형태다. 부동산 업체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 은행의 부실채권이 늘어난다.
업체들이 토지사용권 매입을 줄이면 지방정부 재정도 영향을 받는다. 2021년 중국 지방정부 재정 수입의 40%가량이 토지사용권 매각이었다. 지난해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은 총 4조7000억위안(약 691조원)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무디스는 올해도 10~15% 감소세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지방정부의 채무(지방채) 잔액은 총 35조위안으로 전년 대비 15% 급증했다.
마틴 페치 무디스 부사장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안고 있는 미상환 채무, 미완공 프로젝트, 판매 부진이라는 3대 악재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산업 비중은 2018년 30%에서 지난해 25%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했다.
무디스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 있는 은행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봤다.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부실 대출뿐 아니라 미완공·미인도 아파트 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도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은행은 이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은행보험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상업은행의 2022년 순이익은 2조30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5.4%로 2021년의 12.6%의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