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16일 16: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채권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비우량 건설채까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이달 발행에 나서는 롯데 계열사 채권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가 있는 다른 건설채까지 온기가 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AA-)은 이날 15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흥행 여부에 따라 30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다. 이어 이달 롯데지주(AA), 롯데케미칼(AA+), 롯데물산(AA-) 등 롯데그룹이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건설사들도 회사채 시장 순풍을 타고 발행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AA-)은 오는 20일 15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GS건설(A+)이 22일 1500억원어치 수요예측을 실시하기로 했다. 신세계건설(A)도 내달 수요예측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용등급 A- 건설채까지 흥행하며 롯데나 건설채까지 온기가 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날 SK에코플랜트(A-)는 1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해 5000억원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발행액을 2000억원으로 증액 결정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롯데건설 PF 우려로 채권시장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지만, 시장 강세 효과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롯데그룹 회사채는 계열사별로 엇갈린 투자심리를 보였다. 올해 발행에 나선 호텔롯데, 롯데렌탈, 롯데하이마트는 목표 물량을 채웠지만 민평보다 높은 금리에 발행되는 ‘오버 발행’을 피하지 못했다.
이달 22일 발행에 나서는 롯데케미칼은 부동산 PF 유동성 압박을 받은 롯데건설의 최대 주주로 차입, 지급보증 등 다각도로 지원에 나섰다. 또 일진머리티얼즈 인수, 석유화학 업황 악화 등으로 재무적인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오는 20일 수요예측에 나서는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의 최대 주주다.
조만간 발행에 나서는 건설사들은 대기업 그룹 건설사들로, 무리 없이 수요예측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우량 등급이면서 모회사가 탄탄해 넉넉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발행에 확신이 없는 건설채는 시장에 나오기 어려워, 수요에 자신 있는 건설사만 시장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경우 PF 우려가 적은 건설사로, 이번 흥행을 통해 건설채 투자심리를 가늠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562억원으로 건설사 가운데 적은 편에 속한다. SK에코플랜트 주관사는 “PF 우려와 연관성이 적은 건설채”로 기관투자가들에 마케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달 채권 발행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건설채와 롯데”라며 “현재까지 분위기를 보면 무리 없이 발행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