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차 약 40%를 잃었다는 추정이 나왔다. 주력 전차는 절반 가까이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은 군사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9개월 간 전차의 약 40%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의 전차 수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전엔 2927대였지만 지난 11월 말엔 1800대로 3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IISS는 드론, 인공위성, SNS, 언론 등의 전쟁 관련 영상들을 토대로 러시아의 전차 수를 추정했다.
러시아군의 주력 전차인 T-72B3의 손실은 더 막대하다. T-72B3은 러시아군이 2013년 도입한 신형 전차다. 이 주력 전차의 약 50%가 손실을 입었다는 게 IISS의 추정이다. 존 치프먼 IISS 소장은 이번 전쟁을 두고 “현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수 측면에서 러시아군 리더십의 약점과 결핍을 보여준 정치적, 군사적 실패”라고 평했다. “이번 전쟁이 러시아 군 수뇌부의 능력뿐 아니라 지휘체계에서의 결속력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개전 초기만 해도 러시아는 승전을 낙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2~3월 러시아의 키이우 공격은 실패로 끝났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 친러 세력의 지지도 뚜렷히 나타나지 않았다. 가디언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환영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키이우 거리에서 펼칠 퍼레이드에 대비해 전차에 장식용 천까지 붙였다”며 “하지만 이 탱크들은 우크라이나의 포병과 대전차 무기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전차 공격은 개전 후 1년을 앞둔 현재까지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2일 영국 매체인 데일리메일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전선인 부흘레다르에서 러시아군이 태평양 함대 155분리수비대 해병여단 소속으로 추정되는 전차 30여대를 버리고 달아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선 진군하던 러시아군 전차가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에 폭발하는 모습이 담겼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전차 수는 오히려 늘었다. IIS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전차 수는 개전 초 858대에서 지난해 말 953대로 11% 늘었다. 러시아군이 버리고 달아난 탱크 약 500여대를 노획한 덕분이다. 여기에 독일, 미국 등 서방이 전차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전력 증강에 속도가 붙은 형국이다.
러시아는 여전한 수적 우위를 앞세워 동남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에 구축된 우크라이나군 방어선 2곳을 돌파했다. 한나 말야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적의 공격이 24시간 내내 동쪽에서 계속되고 있다”며 “상황이 긴박하고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