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예상가 645억원…가장 오래된 성경책 정체는?

입력 2023-02-16 10:25
수정 2023-02-16 10:26
가장 오래된 히브리어 성경책 중 하나가 올해 봄 경매에 등장해 역대 최고가 고문서 낙찰 기록을 깰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소더비는 오는 5월 뉴욕 경매에 내놓을 1100년 전 히브리어 성경책 '코덱스 사순'의 추정 가격이 3000만∼5000만달러(약 387억∼645억원)라고 밝혔다.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통상 추정 가격보다 비싸게 낙찰되기 때문에 이 성경책은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로 불리는 켄 그리핀이 2년 전 미국 헌법 초판본을 낙찰받았을 당시 세운 4320만달러의 책 또는 고문서 최고가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

소더비는 이 성경책의 역사적 의미를 고려할 때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더비에 따르면 현존 최고(最古)의 성경 사본인 '사해문서'가 두루마리에 적힌 필사본이라서 책의 형태를 갖춘 성경 중에는 이스라엘의 한 박물관에 보관된 '알레포 코덱스'와 함께 이 책이 가장 오래됐다.

특히 이 책은 1947년 화재로 절반 가까이 소실된 알레포 코덱스와 다르게 단 12장을 제외하고는 온전히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덱스 사순은 9세기 후반 또는 10세기 초반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96장의 양피지를 묶은 두께 13cm, 무게 12kg의 '초대형 서적'이라는 게 소더비의 설명이다. 모두 24권의 소책자로 구성돼 있으며, 유대인들에게는 '타나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구약성서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리처드 오스틴 소더비 책·문서 부문 총책임자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뛰어난 문서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11세기 초 칼라프 벤 아브라함이라는 남성이 처음 판매한 이 책은 13세기까지 시리아 북동부의 한 시너고그(유대교 회당)에 봉헌됐으나, 1400년 티무르 제국의 공격으로 이 회당이 완전히 파괴된 이후 600년 가까이 행방이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나 1929년 수집가 데이비드 솔로몬 사순이 구입하면서 다시 등장했다. 1978년 영국철도 연기금에 32만달러에 팔렸다가 11년 뒤 310만달러에 다시 레바논계 스위스 은행가 가문의 재키 사프라에게 판매됐다고 한다.

'코덱스 사순'이라는 명칭은 데이비드 솔로몬 사순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소더비는 이달 22일 영국 런던에서 이 책을 대중에게 처음 공개한다. 오는 3월 말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전시한 뒤 5월 뉴욕에서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