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잇따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전망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도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관측에 선을 긋고 흔들리는 표심을 단속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15일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을 가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은 (당내에) 없는 것 같다”며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분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같은 날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만큼의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남국 의원도 “다수 의원은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본다”며 “체포동의안에 대해 부결 쪽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세 의원 모두 대표적인 친명계로 분류된다.
이들은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당론으로 부결시켜야 한다는 당 일각의 견해에는 선을 그었다. 자유투표에 맡겨도 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론으로 밀어붙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일부 반대 의견이 나오면 (당내) 갈등이 큰 것처럼 보도된다”며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이 크고, 되레 부담된다”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도 “(무기명 투표라) 어차피 누가 찬반 표를 던졌는지도 모르는데 당론으로 채택할 필요가 있겠냐”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처리를 당론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흘러나와 오히려 역풍이 불 우려가 제기되자 친명 의원들이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비명(비이재명)계 조응천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에 찬성을 넌지시 내비치는 의원도 꽤 있다”고 했다.
체포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이면 통과된다.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체포동의안에 찬성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28명의 이탈표가 나오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가결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최근 비명계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주 이원욱·전해철·기동민·김종민 의원과 개별적으로 만나 당 현안과 총선 전략 등을 논의했다. 홍영표·설훈·이상민 의원 등 비명계 중진 의원과도 개별 회동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전날 진행한 유튜브 생방송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단합이고 원팀”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 대표는 내부적으로 비명계를 달래며 ‘표 단속’에 나서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대장동·김건희’ 쌍특검을 주장하며 대여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힘없는 서민, 정적을 향해선 한없이 잔혹한 검찰의 칼날이 특권계급 앞에서는 종이호랑이”라며 “윤석열 특권 정권의 선택적 법치주의와 이중잣대를 끝낼 유일한 수단은 중립적인 특검”이라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