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중국이 미국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반(反)미연대를 과시했다. 두 나라가 미국과의 갈등을 연결고리 삼아 밀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사진 왼쪽)이 베이징을 국빈 방문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지난 14일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란 정상이 중국을 찾은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 후 “중국은 이란이 국가 주권을 수호하고 일방주의와 괴롭힘에 저항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외부 세력이 이란 내정에 간섭하고 안보를 파괴하는 것도 반대한다”고 했다. 이란 측도 “중국이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두 정상 모두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방주의’ ‘괴롭힘’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서 중국과 이란을 압박하는 미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양국 모두 최근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며 서방 국가들과 갈라섰다. 최근에는 정찰풍선 문제로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원유 수출이 막혔다. 최대 교역국이자 원유 수입국인 중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양국은 과거에도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협력했다. 2016년 시 주석은 중국 정상으로선 14년 만에 이란을 방문했다. 당시 양국 관계를 ‘전면적 동반자’ 관계로 끌어올렸다. 또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이란을 가입시켰다. 일부 회원국이 반대했지만 반미친중 연대 확장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결속 관계를 과시한 시 주석과 라이시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농업, 무역 등 다양한 분야의 양자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16일까지 중국에 머물 예정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