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10)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주애에 대한 비난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김정은의 딸이 처음 공개됐을 때 큰 관심을 보였던 북한 주민들이 북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 행사 후 김주애에 대해 비난과 우려스러운 반응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 11일 "김정은의 딸이 미사일 발사장에 처음 나타났을 때(지난해 11월) 주민들은 어린 딸의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이며 호기심을 가졌다"면서도 "그러나 열병식 행사 이후 어린아이를 지나치게 내세우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이 김정은의 어린 딸에 관심을 보인 것은 과거 김정일이 자기 자녀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것과 대조됐고, 딸이 아버지인 김정은을 똑 닮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주요 행사에 학생인 어린 딸이 연이어 등장하고 언론에서 요란한 존칭을 붙여 찬양하는 것을 보고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는 분위기"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딸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사람은 없지만,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끼리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초급 중학생(중학생)이 어른티를 내며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하거나, 김정은과 같이 명예위병대(의장대)를 사열하며 머리 허연 간부들이 머리를 숙이고 쩔쩔매는 모습은 주민들에게 좋은 인식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1월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서다. 같은 달 26일에는 화성-17형 발사 공로자들과의 기념 촬영을 진행한 바 있다. 새해 첫날에는 김 위원장과 김주애가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무기고를 나란히 시찰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북한 매체들은 김주애의 공식 행보를 보도하며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편 김주애가 군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는 것과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8일(현지시간) "김정은이 중학생 딸을 후계자로 내세우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김정은이 일찌감치 후계자의 정체를 드러내고 4대 세습을 암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