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이 띄운 '당정일체론'…힘 실어준 대통령실

입력 2023-02-14 18:14
수정 2023-02-15 02:56

대통령과 여당 간 관계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전당대회 이후 당정 협의를 확대·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오는 3월 전당대회가 끝나고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핵심 현안을 두고 당과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더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실 내부에 이런 원칙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전당대회가 끝난 뒤 총선까지 남은 약 1년간 정부와 여당의 정책 성적표가 윤석열 정부 중간 평가 잣대가 될 것”이라며 “당정 협의는 이전보다 더 긴밀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과 정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책 현안을 논의하는 고위당정협의회는 지난달 8일을 마지막으로 한 달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그동안 밀린 정책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고위 당정협의회를 뒷받침하는 실무급 회의를 강화하는 방안들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에 더해 정부 개혁까지 당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힘 있게 추진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며 “당대표와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든 대통령으로선 당과 혼연일체가 돼 국정을 챙겨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방안은 여당 전당대회와는 무관하게 검토돼 왔지만, 당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당과 대통령의 관계 설정이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최근 친윤계와 김기현 후보는 ‘당정 일체론’을 앞세워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제주와 부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선 당정 관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대통령을 견제해야 한다고 하면 우리가 왜 여당을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장제원 의원도 “당정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계속 충돌했을 때 정권에 얼마나 부담이 됐는지 정당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박근혜 정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와 정부가 갈등하면서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사례를 최근 깊이 있게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당정 일체론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의 과도한 당무 개입에 따른 역풍에 대해선 우려하는 기류도 없지 않다. 일부 친윤계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인 것과 같은 행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