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자본시장을 주도한 최고의 투자은행(IB)에 KB증권이 선정됐다. KB증권은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가 후원한 ‘제14회 한국IB대상’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종합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WCP 기업공개(IPO),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SK텔레콤 회사채 발행 등 IB 업무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대형 거래를 대표 주관하면서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업계 최초 4관왕 달성
지난해 자본시장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은 얼어붙었고 부동산시장과 증시는 침체기에 빠졌다. 유상증자 금액은 8조3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와 스팩 합병을 제외한 IPO 공모 금액도 전년 대비 20% 줄어든 16조원이었다. 국내 자본시장 사상 최대 딜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 IPO를 제외하면 공모 규모는 작년 대비 절반 이상 작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KB증권은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IPO, 인수합병(M&A) 분야에서 모두 왕좌에 오르며 업계 최초로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ECM 전통 강호들이 주춤한 사이 지난 한 해 총 30건, 6조1581억원 규모 주식 발행을 대표로 주관해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주관 실적과 주관 건수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 마켓인사이트의 리그테이블을 기준으로 한 ECM 대표 주관 점유율은 34%로, 2위인 NH투자증권(15.61%)과 두 배 이상 격차를 벌렸다. 채권 발행 절대강자IPO 부문에선 LG에너지솔루션(공모금액 12조7500억원)의 상장을 모건스탠리증권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공모금액 기준 2위인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WCP(4320억원)와 4위인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성일하이텍(1335억원) 등의 공동 대표 주관도 맡았다. KB증권은 지난해 주관 금액 기준 IPO 점유율 39%를 기록했다.
DCM 부문은 12년 연속 1위를 지켰다. KB증권은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시장 경색 속에서도 하이투자증권, SK, SK텔레콤 등의 공모채를 발행해 연달아 ‘완판’시켰다. 이들 기업은 모집금액보다 세 배 이상 주문을 받으며 ‘언더 발행’(민간 채권평가기관 평균 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에 성공했다.
수출입은행과 한국가스공사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한 것도 새로운 시도로 꼽힌다. 그동안 해외 채권 발행 시장은 외국계 증권사가 독점해왔다.
KB증권은 M&A에서도 국내 증권사 중 1위에 올랐다. 대우건설 인수 자문과 신한벽지 매각 자문을 맡았다. 폐기물처리업체 KG ETS는 인수 자문부터 인수금융 주선, LP(출자자) 총액 인수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했으며 투썸플레이스, 두산공작기계, 대우건설 등의 인수금융을 수행하며 IB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장범식 심사위원장(숭실대 총장)은 “KB증권은 전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 대상 수상자로 이견이 없었다”며 “특히 하반기 채권시장이 위기일 때 선제적으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도와 시장 분위기를 바꿨다는 점은 모범이 될 만하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