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전세 사기를 피하기 위해 세입자가 계약 전 집주인에게 세금 체납 규모와 선순위 보증금 등의 정보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가장 먼저 보증금을 돌려받는 소액 임차인의 보증금 기준도 기존보다 1500만원 높아진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1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의결됐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예비 세입자는 집주인을 상대로 각종 임대차 정보를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정보확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세금 납부 현황 등을 담은 납세증명서가 대표적이다. 예비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 전 집주인에게 납세증명서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집주인은 납세증명서 제출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예비 임차인이 국세청을 통해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는 의무적으로 동의해야 한다. 세입자들은 이 같은 권리 행사를 통해 세금 체납 사실 등을 미리 파악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충분한지를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예비 세입자가 자신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을 권리를 가진 다른 사람이 있는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예비 세입자가 선순위 보증금 정보를 요청하면 집주인이 동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지금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정보 제공에 동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가 법적으로 불분명한 상황이다. 세입자가 요구해도 집주인이 얼마든지 정보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지역별로 최우선으로 보증금 변제를 받을 수 있는 소액 임차인 범위도 넓어진다. 보호를 받는 소액 임차인의 보증금 기준이 지금보다 1500만원 더 높아진다. 서울은 1억5000만원 이하에서 1억6500만원 이하로, 용인·세종 및 과밀억제권역은 1억3000만원 이하에서 1억4500만원 이하, 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 및 광역시는 7000만원 이하에서 8500만원 이하로 바뀐다. 그 외 지역의 보증금 기준은 6000만원 이하에서 7500만원 이하로 조정된다. 최우선 변제대상자로 분류된 소액 임차인이 가장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 규모도 기존보다 500만원 더 많아진다.
임차권 등기를 더 신속하게 할 수 있는 내용도 이번 개정안에 추가됐다. ‘가압류 집행은 채무자에게 재판을 송달하기 전에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돼 집주인에게 임차권 등기명령 결정이 고지되기 전에 세입자가 임차권 등기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더욱 강하게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현재 임차권 등기 촉탁을 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임차권 등기명령 결정을 집주인에게 고지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이른바 ‘빌라왕’ 사건처럼 집주인이 사망해 상속자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엔 세입자가 제때 임차권 등기를 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 집주인이 일부러 고지를 피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편 일각에선 납세정보 공개를 꺼리는 임대인이 상당한 만큼 임차인 보호에 초점을 맞춘 이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실행될 경우 전세의 월세화가 한층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꾸준히 국민의 의견을 들어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 및 관련 법제 정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