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 사기사건 여파로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이 크게 줄고 있다.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빌라 임대차계약 건수가 아파트를 크게 앞섰지만 최근 들어선 월간 계약이 비슷해지고 있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빌라(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의 전·월세 거래량은 1만9496건이었다. 작년 2월까지만 해도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3만163건으로, 3만 건을 훌쩍 넘었지만 3월(2만8370건) 2만 건대로 떨어진 뒤 11월(1만9493건) 1만 건대로 떨어졌다.
이는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감소폭에 비해서도 큰 낙폭이다.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만8554건으로 빌라 거래량과의 차이가 942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2월에는 두 주택 유형 간 차이는 8363건으로 빌라 계약이 훨씬 많았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올해 1월 거래량은 14일 기준 515건이 차이 났다. 다음달 말까지 집계되는 2월은 오히려 아파트 거래량(5645건)이 빌라(4653건)를 992건 앞서고 있다.
통상 전·월세 거래량은 아파트보다 빌라가 더 많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직장인, 학생 등 1인 가구가 선호했다. 그러나 최근 집값 하락과 거래절벽으로 빌라 중심의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빌라를 기피하는 세입자가 늘었다. 비교적 높은 전세가율도 보증금 미반환 우려를 키웠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가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아파트 55.9%, 빌라 70.1%로 빌라가 더 높다. 아파트에 비해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렵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깡통전세 우려가 확산하며 거래량은 더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빌라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대출을 더 받아 안전한 아파트에 세를 얻고자 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며 “전세가율 90% 이상 주택의 전세금 반환 보증 가입이 불가해지면서 전세가율이 낮은 아파트 거래량이 당분간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