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3은 '성지'에서도 비싸더라고요. 인터넷이나 메신저 정도만 쓰니까 신상은 필요 없겠다 싶어 오히려 '차비' 받을 수 있는 갤럭시S22를 택했습니다."
30대 회사원 박모 씨는 보조금을 많이 얹어주기로 유명한 매장을 뜻하는 '성지'에서 지난 주말 갤럭시S22를 구입했다. 이동통신사 변경(번호 이동), 9만원대 요금제 6개월, 2만원대 부가서비스 3개월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기기 값을 내지 않았고 오히려 차비(페이백)를 받았다.
1년 전 출시된 갤럭시S22가 최근 공짜폰을 넘어 판매자가 웃돈을 얹어주는 '차비폰'으로 전락했다. 신작 갤럭시S23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이통사가 재고 소진을 위해 공시지원금을 크게 올린 데다 일부 유통 채널에서 불법 보조금을 대량 살포한 영향이다.
갤럭시S23 시리즈에 책정된 '짠물' 수준의 공시지원금은 갤럭시S22로 수요가 쏠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박 씨처럼 갤럭시S23 대신 갤럭시S22를 사기 위해 성지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22는 일부 판매점에서 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갤럭시S22 플러스와 울트라 모델은 기기값을 부담해야 하지만 일반 모델인 S22는 구매자에게 10만원 안팎의 현금을 지급하는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전날 방문한 서울 강남의 한 매장은 "갤럭시S22를 공짜에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곳 역시 '뽐뿌', '알고사' 등 스마트폰 구매정보 커뮤니티에서 성지로 꼽힌다.
매장 점원은 "통신사를 변경하고 10만원대 요금제 6개월, 3만원대 부가서비스를 2개월간 의무 사용하면 된다"며 "인터넷 결합 상품에 가입하면 페이백도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갤럭시S22의 공식 출고가는 99만9900원. 소비자가 부담하는 기기값이 0원이 되려면 공시지원금에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 별도 불법 보조금을 합한 금액이 출고가 이상이 돼야 한다.
현재 이통3사는 갤럭시S22에 최대 50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했다. 판매점이 제공할 수 있는 추가지원금은 최고 7만7500원이므로 '차비폰' 갤럭시S22에는 40만원 이상의 불법 보조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스마트폰 구매정보 커뮤니티에는 갤럭시S22를 사고 10만~20만원가량의 차비를 받았다는 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갤럭시S23 공식 출시를 앞두고 성지 위치와 구매 정보 등 일명 '좌표'를 공유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사전 예약에 돌입한 갤럭시S23 시리즈는 오는 17일 공식 출시된다. 이통3사의 공시지원금은 최소 5만~최대 24만원으로 갤럭시S22 출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작년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Z폴드4·Z플립4에 최대 65만원의 공시지원금이 실렸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적다.
뽐뿌의 한 이용자는 "갤럭시S23을 싸게 사려고 발품을 팔았는데 지원금이 워낙 적어 가격 부담이 컸다. 차비를 주는 갤럭시S22를 샀는데 만족스럽다"고 했다.
통신업계는 갤럭시S22 가격이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 정리와 시장 점유율 사수를 위한 삼성전자와 이통3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다.
통신사 관계자는 "갤럭시S22 재고 소진을 위해 당분간 높은 수준의 보조금을 유지할 것"이라며 "갤럭시S23 출시 후 수개월이 지나면 공시지원금이 오를 수 있는데 그땐 갤럭시S22에 실렸던 공시지원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성지라고 불리는 판매점들은 불법 보조금으로 영업한다. 소비자 보호가 어려운 만큼 스마트폰 구매시 주의가 요구된다"고 귀띔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