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외교차관이 워싱턴DC에서 2시간 넘게 얼굴을 맞대고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양국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우리 측이 요구하는 일본 기업의 배상금 기여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조현동 외교1차관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회담을 열었다. 한일 외교차관 회담은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뒤 처음이다.
당초 예정된 시간을 1시간 반 이상 넘겨 2시간 반가량 진행된 이번 회담에서는 강제동원 배상문제 협상에서 핵심 쟁점인 제3자 변제 및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문제 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뚜렷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조 차관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논의가 길어졌다는 것은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며 "아직도 우리가 협의를 더 해야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달 12일 공개토론회에서 제3자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재원을 모아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변제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이후 실무자급인 한일 국장급 협의를 잇달아 개최하며 피해자 측의 입장을 일본에 전달했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금 기여와 진정성 있는 사과 등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외교부는 한일 외교차관 회담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 차관은 강제징용 문제를 포함한 한일 양국 간 주요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조속한 현안 해결 및 관계 개선을 위해 외교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가속화해가고 있음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다양한 레벨에서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외무성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양 차관은) 지난해 1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한일 간 현안의 조속한 해결을 도모하기로 합의한 것을 받아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포함한 한일 관계전반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달 17~1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가능성이 높다. 뮌헨에서 양국이 잔여 쟁점 협의를 장관급까지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