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의회민주주의를 저해하고 국회를 향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민주당의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지적하고 전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의 정부·여당 비판에 역공을 펼쳤다. "한국 정치 여전히 4류…국회 신뢰 회복해야"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 '한국의 정치는 4류'라고 한 발언을 끌어와 우리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불신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한국 정치는 진영화 돼 있어 상호 불신과 공격의 강도가 훨씬 더하고 더욱이 이런 모습이 방송으로 중계가 될 때가 많다 보니 다른 직역에 비해 국민 신뢰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핵 위기 등 안보 문제와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저출산 문제, 노동·연금·교육 등 분야의 개혁 문제 등을 대한민국의 '제3의 대위기'로 규정하면서 이를 해결하는 게 국회 신뢰 회복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있다. G7에 들어도 좋을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 외적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군사력도 보유하고 있으며 높은 문화의 힘도 자랑하고 있다"며 "국회가 이 도전에 대한 국민적 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 '자정'(自淨) 노력을 당부하면서 민주당을 향한 포문을 열었다. 그는 국회가 현재 반성해야 하는 모습으로 △정치인들의 법률 위반과 사법 처리 △무례하고 거친 언어 △가짜뉴스 △국회 윤리위의 기능 상실 △정치의 사법화 △게으름 △내로남불 등 총 7개를 꼽았다. '무례하고 거친 언어', '정치의 사법화', '게으름' 이 3개 사안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실상 민주당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는 먼저 '정치인들의 법률 위반과 사법 처리'를 지적하면서 "소속 정당이 어디인지를 떠나서 현재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러 가지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민주당뿐 아니라 국회 전체의 위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가짜뉴스'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요즘은 모바일 환경 등으로 인해 가짜뉴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우리 국회도 가짜뉴스를 양산한다"며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등장하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 '페르난데스 주한 EU(유럽연합) 대사 발언 왜곡이 대표적"이라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진실 확인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성급히 가짜뉴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국회 윤리위의 기능 상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21대 국회에서는 지금까지 33건의 징계안이 제출됐는데, 후반기 윤리위 구성에는 넉 달이나 걸렸으며, 3년이 지난 현재까지 1건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라며 "그중 29건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상대 진영에 대한 모욕적 발언,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돼 있는데도, 윤리위는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 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인사·재정·입법 '내로남불' 뻔뻔스러워"
주 원내대표는 국회 불신의 배경으로 민주당의 '내로남불'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인사' 측면에서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병역 면탈,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연구 부정행위 등등의 이유로 이명박 정부 17건, 박근혜 정부 10건에 대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며 "그러나 문재인 출범 초인 2017년 5월에 '5대 인사 배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겠다고 하더니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고위 공직 후보자 다수가 5대 비리 관련 의혹이 있었음에도 대부분 임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측면에서 주 원내대표는 "2015년 9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2016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국가채무 비율이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GDP 대비 40%를 깨고 있다며 재정건전성 회복 없는 예산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며 "하지만 집권 후에는 40% 기준의 근거가 뭐냐며 전례 없는 포퓰리즘 확대재정정책을 임기 내내 지속해 결국 국가부채 1000조 시대를 열었고 2021년 말 국가채무 비율은 거의 46.9%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입법' 내로남불도 지적한 그는 "테러방지법은 2016년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무려 38명이 9일간 필리버스터까지 했지만, 집권 후 다수당이 되고도 개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여당이 된 2020년 9월에는 감염병 검사와 치료를 거부하는 행위를 테러로 간주하는 무시무시한 내용의 개정안까지도 냈다"며 "반대로 여당일 때는 관심조차 없다가 야당이 되자 입법을 서두르는 경우도 있다. 방송법,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에 대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한 주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죄를 지으면 대통령도 구속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더니 이제는 자신의 온갖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그는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하자마자 합의제의 핵심 요소들 대부분을 무력화하며 의회민주주의를 형해화하고 있다. 어떻게 민주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냐"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주 원내대표는 이날 민생 및 정치 현안에 대해 △연금·노동·교육 개혁 △저출산 극복을 통한 인구 위기 해결 △탄소중립 실천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