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고등학생 5명 중 3명꼴로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폭력 등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은 여고생이 우울과 불안,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고민 등을 겪은 확률은 남자 고등학생의 두 배로 집계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미국 여고생 중 57%가 지난 1년 동안 지속적인 슬픔이나 절망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10년 전인 2011년의 36%에서 21%포인트 급증했다. 여고생 중 30%는 극단적 선택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답했는데, 이 역시 2011년(19%)보다 11%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질문에 미국 남고생 중 29%는 2021년에 슬픔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011년(21%)보다 8%포인트 늘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남고생의 비율은 14%로 2011년(13%)보다 1%포인트 증가했다.
CDC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스트레스와 고립감이 미국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더 악화시켰다고 우려했다. 성소수자 청소년의 경우 반 이상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22%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문제가 더 컸다.
미국 여고생이 남고생보다 더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이유에 대해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여고생이 남고생보다 폭력이나 차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서라고 분석했다. 진로 문제, 외모에 대한 높은 기준, 모성 문제 등이 겹치며 여고생이 불안과 우울을 더 많이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DC 조사에 따르면 여고생 중 18%가 지난 한 해 동안 성폭력을 겪었다. 이는 2017년(15%)보다 늘었다. CDC는 미국의 10대 소녀 중 14%가 강간 피해를 봤다고 보고했다. 이 비율은 2011년엔 12%였다.
CDC는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성적 자기 결정권을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CDC는 2년에 한 번씩 미국의 고등학생에 해당하는 9~12학년을 대상으로 이 조사를 실시해 왔다. 이번 조사는 1만723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