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두세 겹 신고 버텼는데…" 난방비 '폭탄 고지서' 온다

입력 2023-02-14 08:33
수정 2023-02-14 09:11

올해 1월 사용한 도시가스와 전기 요금이 최근 속속 청구가 시작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일반 서민 가정들 사이에서도 "추위에 덜덜 떨면서 아끼고 아꼈는데도 폭탄을 맞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서 사우나를 운영하는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줄어 하루 4~5시간만 도시가스 보일러를 작동했는데도, 지난해 12월 27일∼올해 1월 31일 사용한 도시가스 요금이 380만원 나왔다. 전월 대비 3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서울 관악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 씨도 이달 중순 이후 도착할 1월분 가스요금 고지서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달 받은 고지서에 180만원이 적혔는데 이번 달에는 200만원이 넘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하는 C 씨도 지난해 12월 15일∼올해 1월 14일 사용한 전기요금이 42만6590원이 나와 전월(26만2천960원)보다 16만원 이상 많아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가스요금도 29만원에서 40만원대로 올랐다"고 전했다.

소상공인들이 난방비 인상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소상공인 1811명을 대상으로 난방비 인상 관련 긴급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1%가 전년 동월 대비 이번 달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소상공인들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치솟는 에너지 요금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서울 중구에 거주 중인 D 씨는 올해 1월 1~31일 사용분 난방비가 45만원이 나왔다고 전했다. 직전 달과 비교해 15만원이나 올랐다고 한다. 그는 "보일러는 5단계 중 0∼1단계로 최저로 틀고 전기장판을 같이 켰다"며 "집이 꽁꽁 언 느낌이고 양말을 두세 켤레 신으면서 버텼는데도 이 정도"라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E 씨는 지난해 12월 28일∼올해 1월 20일 사용한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에 전월 대비 약 8만원 늘어난 '22만2850원'이 청구됐다고 전했다. 그는 "쓰지 않는 방은 난방을 껐고 보일러는 온수 온도를 고정해 가동했다"며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1월이 전부 포함된 게 아니라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29.5%포인트, 도시가스 요금은 무려 36.2%포인트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 상승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38.2%) 이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