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러 지역에서 정자 기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지난해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출생률이 사상 최저로 떨어진 데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베이징의 비영리 정자은행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키 170㎝ 이상의 청결한 습관을 지닌 20∼40세로, 감염병이나 유전병이 없고 큰 탈모도 없는 남성을 구한다"는 정자 기증 요청 글을 올렸다.
정자은행은 "베이징과 톈진의 기혼 부부 불임률이 15%에 달하고 그중 40%는 정자 문제에서 기인한다"며 "약 5000위안(약 93만원)까지 사례금이 지급되니 대학생들은 많이 참여해달라"고 독려했다. 이들은 현재 정자 기증을 필요로 하는 부부는 최대 2년을 대기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뿐만 아니라 산둥, 윈난, 장시, 하이난 등 중국 여러 지역에서 정자 기증을 호소하고 있다. 산시성의 정자은행은 지난 9일 기증자들에게 정자 분석, 염색체 검사, 유전병과 감염병 검사 등 무료 건강검진을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또 산둥성의 정자은행은 기증자에게 정자를 10년간 냉동 보관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남성들이 정자를 기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후베이성 추텐일보에 따르면 정자가 초저온에서 보관돼야 하므로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기증 지원자의 불과 20%만이 기준에 부합한다. 산시성 정자은행의 한 직원은 "기증자는 평균 남성의 3배에 달하는 정자 농도를 지녀야 한다"며 "많은 남성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자격을 갖추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감소를 겪은 중국은 이처럼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출산 장려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중국 내 일각에서는 불임이나 정자의 질이 출생률 저하의 원인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인구가족사(司) 양원좡 사장(국장급)은 "육아와 경제적 부담, 여성의 직업적 발전에 대한 우려가 출생률의 주요 제약 요소"라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