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수신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연 2%대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까지 등장했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은행권에선 연 5%대 예금 상품이 판매됐는데, 시장 금리가 낮아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연 4%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수신 금리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에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끝나간다는 진단도 나온다.
은행 금리 연 2%대로 ‘추락’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지난주 1년 만기 ‘라이브(LIVE)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를 연 2.75%로 하향 조정했다. 이 상품은 지난달 평균 연 5.03%의 금리를 줬다. ‘저탄소실천예금’과 ‘BNK내맘대로 예금’ 금리도 연 2.85%, 연 2.65%로 각각 0.6%포인트, 0.3%포인트 내렸다.
전북은행은 지난 9일 6개 예·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1.5%포인트 낮췄다. 가장 큰 폭으로 내린 것은 ‘JB카드재테크적금’으로 기본 금리가 연 2.5%에서 연 1.0%로 떨어졌다. ‘JB 1·2·3 정기예금’과 ‘JB다이렉트 예금’ 기본 금리도 연 3.4%로 0.3%포인트 하락했다.
수신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예금금리 산출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무보증·AAA) 금리가 낮아지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1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연 4%대 후반(연 4.738~4.779%)에서 이달 10일 연 3%대 중반(연 3.598~3.635%)으로 하락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정점에 왔다는 인식이 선반영돼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예금금리도 덩달아 하락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예금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에 쏠렸던 시중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으로 전월(818조4366억원)보다 6조1866억원 감소했다. 예금 잔액은 지난해 증가세를 이어가며 11월(827조2986억원)에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저축은행 예금금리도 하락최고 연 6%를 웃돌던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한 달 만에 연 4%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내리면서 유동성 이탈에 시달렸던 저축은행도 작년에 바짝 끌어올린 예금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한 달 새 1%포인트 내린 연 4.17%로 집계됐다. 금리가 정점에 달했던 작년 11월 말(연 5.53%) 후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정기예금 금리를 0.3%포인트 낮춘 데 이어 19일 0.4%포인트 더 내렸다.
2위인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6일(연 5.3%→4.3%)에 이어 30일 연 4.1%로 재차 인하했다. 상상인저축은행도 앱 전용 상품인 ‘뱅뱅뱅 정기예금’ 금리를 최근 3주 사이 연 5.1%에서 연 3.9%로 대폭 끌어내렸다. 작년 10월 다올저축은행이 판매한 최고 연 6.8% 정기예금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으로 내려갔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수시입출식 파킹통장의 금리 하락세도 가파르다. 지난달 말 증시가 소폭 반등하자 대기성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저축은행 입장에선 더 이상 높은 금리를 유지할 요인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14일부터 파킹통장인 머니쪼개기 예금금리를 연 4.1%에서 연 3.6%로 인하한다. OK저축은행도 지난달 26일 ‘e중도해지OK정기예금369’ 금리를 연 4.8%에서 연 3.3%로 대폭 내렸다.
이소현/박진우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