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상의 계절은 겨울의 끝자락에 서있어서 아주 조금씩 봄기운이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겨울이 오면 어김없이 봄이 예정돼 있지만, 스타트업들에 봄은 아직 한참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혹한기의 정점에서 일부 스타트업들은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의 성장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는 투자자들도 스타트업들에 '살빼기'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일단 살아남으라는 주문이죠. 이러한 벤처 혹한기에 태윤정 선을만나다 대표가 한경 긱스(Geeks)에 스타트업들의 대응법에 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태 대표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대중의 마음을 헤어리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의 구조조정이 수면 아래서 이뤄지고 있지만, 존재감의 크기만큼 조용하게 이뤄집니다. 하지만 해당 산업에서 의미 있는 자리매김을 한 스타트업, 즉 격차나 초격차를 이뤄냈던 스타트업들의 구조조정에는 이른바 논란과 잡음이 따르기도 합니다. 더욱이 요즘은 팀블라인드 같은 익명 커뮤니티 앱을 통해 직장인들이 자신 회사의 구조조정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팀블라인드를 근거로 해서 구조조정 관련 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선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불안감과 절박함을 안고 글을 올리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내부의 '카더라식' 뉴스를 다소 격앙되고 불만 섞여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발언을 근거로 해서 기사를 쓰면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납니다. 여기에 사실 확인을 위해 스타트업에 문의를 해도 정확하게 입장을 말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방어적으로 회피하다 보니 기업의 입장은 부재한 상황에서 직원들의 목소리가 일방적으로 담긴 기사가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일자리를 잃는다'는 뉴스는 남의 일 같지 않은 정서적 보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화성이 크기 마련이고 한군데 미디어에서 기사화되면 후속 보도도 잇따르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마 쏴버린 화살처럼 모든 상황이 걷잡을 수 없어지기도 합니다. 작은 불씨 하나가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화마가 돼버리는 산불과 아주 유사합니다. 그리고 이 산불은 꺼지지 않고 잔불이 돼서 계속 논란이 되는 후속 기사로 이어지게 되고, 미디어에 비춰진 해당 기업은 불안함을 안고 있는 기업처럼 이미지가 고착됩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최악의 리스크는 ‘예측 불가능성’인데 이 리스크를 계속 안고 가는 셈이 됩니다. 최근 스타트업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기사가 터질 때마다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예의주시하는데요. 사실 대형 위기 관리를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스타트업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일 뿐 올 한해 쭉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구조조정만으로도 숨이 차는데 위기 관리까지 할 수 있는 역량도, 여유도 없는 스타트업들 위해 구조조정을 넘는 위기 관리와 메시지 전략에 대해 생각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구조조정 위기 관리 원칙①대중의 마음을 헤아리는 커뮤니케이션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생계와 직결되기 마련이고,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소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반면 최고경영자(CEO)에게는 구조조정을 불러온 경영에 대한 책임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조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회피나 강변하기보다는 책임을 통감하는 겸손한 자세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직원들에 대한 아픈 마음을 보여줘야만 합니다. 구조조정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CEO들에게 마음을 헤아리고 그 마음을 보여주라니 너무 한가한 게 아니냐고 말하는 분도 있겠지만, 메시지로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산불이 번지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방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마음도 메시지로 보여줘야만 알 수 있고, 마음의 전쟁에서 이겨야만 구조조정이란 전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불안에 흔들리고 마음이 돌아선 구성원들에게 마음을 보여주고 달랠 수 있는 명분을 줘야만 합니다.
②빠른 대응과 커뮤니케이션 창구의 일원화
‘괜히 우리가 나서서 입장문 같은 것을 내는 것이 과연 필요할까?’ 이렇게 생각하기 쉽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는 경영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오보와 억측, 왜곡이라는 불이 번져갑니다. 특히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라는 불씨는 한번 불거지면 숲을 전소시키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구조조정 같은 위기는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작은 불씨를 원천적으로 제압해야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③C레벨의 참여와 결단
구조조정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이런 중차대한 이슈를 팀 내부에서만 해결해보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기자들에게 연락해서 구구절절 해명을 하거나 밀려드는 미디어의 문의에 아예 전화를 내려놓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중견기업들은 위기 관리 역량이 있지만 스타트업들의 커뮤니케이션팀의 위기 관리 역량은 높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방어 위주로 허둥대지만 문제 해결에는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구조조정 관련 이슈는 무조건 CEO와 경영진의 이슈여야만 합니다.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대승적 결단을 해야만 합니다. 구조조정 위기 관리에 대한 결단을 내리고 대응 원칙을 세워야만 합니다. CEO의 결단과 대응 원칙이 부재한 상황에서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화마가 거세어지는데 손을 놓아버리는 것과 같은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계별 전략과 실행 방안 수립첫 번째 단계 - 구조조정 위기관리를 위해 우선 최고경영자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 팀을 결성하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입장을 밝히고 메시지를 만들어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 내보낼 것인지에 대해 결정해야만 합니다. 구조조정을 통해 어떤 목표를 이룰 것이고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직원들을 위한 배려의 메시지도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동시에 구조조정의 구체적 내용을 알고 싶어할 수밖에 없는 미디어를 위해 발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시장과 미디어에 전할 메시지와 목적별 미디어 노출 시기까지 잘 고려해야 합니다.
두 번째 단계 - 공식 입장문을 통해서 구조조정의 목적과 범위, 구조조정 대상 직원들에게 대한 배려 정책 등이 발표되고 나면 기사가 쏟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직원들의 후속 움직임과 미디어의 문의도 이어집니다. 이미 입장문을 통해 일반적인 궁금증은 해소되지만 후속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합니다. 구조조정 위기관리 '2라운드'에 들어서는 셈인데요. 구조조정은 명확해졌고, 미디어는 이른바 ‘책임지는 자세’에 대해 미사여구가 아닌 구체적인 팩트를 요구합니다. 또 경영진 수뇌부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미디어와 구성원들이 ‘듣고 싶어하는 답’입니다. 이 사안에 대해 ‘밝히고 싶지 않은 회사의 경영상 비밀’처럼 대외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경우 진정성을 의심 받고 회피나 무책임함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 - 혹독한 구조조정을 하고 나면 성과가 나타나기 마련인데요. 이 성과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신뢰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가치 전달에 목적을 둬야만 합니다. 즉 ‘팩트보다는 메시지’가 우선돼야 합니다. 일반적인 홍보보다는 자본시장과 미디어에 구조조정의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고, 공개할 수 있는 수치를 통해 가치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이 메시지 전달을 통해 시장에 안도감을 주고 기대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구조조정 위기 관리와 메시지 전략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태윤정 | 선을만나다(스타트업 전문 홍보대행사) 대표
△전 KBS&SBS 방송작가
△환경부, 농식품부 등 10여 개 중앙부처 정책 홍보
△스파크플러스, TBT, 해시드 등 스타트업·벤처캐피털 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