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기 전에 배터리 바꾸자" 예약 폭주…아이폰 이용자 '분통'

입력 2023-02-13 21:00
수정 2023-02-14 00:46

"서비스센터 찾아가려 하는데 예약이 다 찼네요." 3년 전부터 아이폰12프로를 사용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조모 씨는 최근 부랴부랴 애플 홈페이지에서 배터리 교체 서비스 예약을 알아봤다. 다음달부터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이 대폭 인상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아직 배터리 성능이 그렇게 많이 떨어진 건 아니지만 비용이 오른다니 이번에 배터리를 바꿀 생각이다. 그런데 당장 예약 가능한 매장이 없어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달부터 아이폰·아이패드, 맥북 시리즈 등 주요 제품군의 배터리 교체비용을 인상한다. 인상 계획을 밝힌 이후 배터리 교체 수요가 몰리며 현재 서울 지역 전 매장에서 사전예약이 열리는 즉시 매진될 정도로 붐비고 있다. 사람이 몰린 탓에 일부 이용자들은 "예약날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아이폰 배터리 교체비용, 3월에 '두 차례' 인상할 듯
애플은 다음달 1일부터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애플 제품 수리비를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이폰13 및 종전에 출시된 모든 아이폰 모델의 보증 제외 배터리 서비스(교체) 요금이 3만600원씩 인상된다. 현재 아이폰13부터 X시리즈까지의 수리비는 7만9200원, 아이폰8부터 SE시리즈까지는 5만9400원인데 각각 10만9800원, 9만원으로 오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달 말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자진시정안에 따라 애플 수리비 10% 할인 정책이 종료된다. 이에 따라 수리비는 기존 대비 11% 인상된 3만4000원이 적용된다. 할인 종료로 높아진 기본 수리비에 올 3월 글로벌 인상분까지 고려하면 다음달 아이폰 이용자들의 '체감 인상'은 두 차례가 된다.

앞서 애플코리아는 이동통신사에 광고와 무상수리 비용 등을 떠넘기는 '갑질'에 대한 자진시정안으로 수리비 10% 할인을 포함한 10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해당 상생안은 2021년 3월29일부터 적용돼 다음달 28일 종료된다.


수리비 10% 할인 정책이 종료된 이후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은 신형 모델인 아이폰14시리즈(수리비 13만1400원)를 제외하고 최고 12만2000원까지 급등하게 된다.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아이폰13~X시리즈 수리비는 8만8000원, 아이폰8~SE시리즈는 6만6000원이다. 여기에 신규 인상액(3만4000원)을 적용하면 3월 말께 수리비는 각각 12만2000원, 10만원이 된다. 아이폰13 이용자의 경우 다음달부터는 배터리 교체 비용이 4만2800원이나 뛰는 셈이다."한 주치 예약 마감"…애플스토어 '오픈런'까지
최근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아이폰 이용자들의 배터리 교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아이폰8 등 구형 모델을 사용 중이라면 다음달 말부터 아이폰 배터리 교체비 인상률은 68.35%(5만9400원→10만원)나 뛴다. 애플이 마련한 유상 수리비용 10% 할인 정책 지원금(250억원)이 모두 소진될 경우 인상 시기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흘러나온다.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인상폭과 비교하면 인상률이 높아서다.

애플에 따르면 미국은 올 3월부터 20달러(29% 인상), 영국은 29%, 프랑스 32%, 일본 31% 수준으로 배터리 교체 비용이 인상된다. 하지만 국내 인상률은 애플의 상생안이 종료되면서 체감 인상폭이 39%에서 적게는 54%, 많게는 68%까지 치솟는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애플은 한국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특정 기일의 실제 환율을 일괄 적용하고, 인상 폭도 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진행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수리비 인상을 앞두고 서둘러 공식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배터리를 교체하고 있다. 이날 오후 국내 애플 홈페이지 확인 결과 오는 20일(오후 4시)까지 배터리 교체 서비스가 가능한 서울 지역 매장 20곳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애플 고객센터를 통한 전화예약도 어려웠다. 고객센터는 "최근 배터리 교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모든 매장의 예약이 열리는 족족 마감되고 있다"며 "현재 예약 가능한 날짜 확인이 어렵다.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대기하다가 신규 예약 슬롯을 기다리거나 현장 취소분이 생기면 예약할 수 밖에 없다"고 안내했다.

아예 애플 매장을 찾아 '오픈런' 하거나 3~6시간가량 대기하며 현장 접수를 시도하는 경우까지 있다. 서울 여의도 애플스토어에서 만난 20대 아이폰 이용자는 "수리가 많이 밀려있고 부품 재고조차 없어서 현장 접수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조만간 시간을 내 다시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어렵사리 예약에 성공해도 재고 부족 등으로 당일 수령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