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는 지난해 4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5% 감소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한 컬리와 쿠팡 등 e커머스에 소비자를 빼앗긴 영향이 컸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사진)가 ‘슈퍼 살리기’라는 특명을 받고 구원투수로 등장한 배경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강 대표는 올해부터 롯데쇼핑 슈퍼사업부 대표 자리도 겸직하고 있다. 지난 2년여간 롯데마트를 이끌며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한 강 대표는 롯데쇼핑의 ‘아픈 손가락’인 롯데슈퍼도 도맡아 이끌게 됐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롯데슈퍼는 대형마트와 함께 묶여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적용받기 시작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거지 인근 상권에 있어 급하게 장을 봐야 할 때 SSM을 찾던 수요도 빠른 배송을 무기로 내세운 e커머스와 퀵커머스 업체들에 빼앗겼다. 최근엔 오프라인 시장에서 편의점은 물론 중소 식자재마트에도 경쟁력이 밀리면서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강 대표는 이런 상황의 타개책으로 마트와 슈퍼의 통합 구매를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마트와 슈퍼의 바이어가 하나의 협력사와 각각 따로 납품 가격 등을 협상했다면 이를 하나로 합치는 방안이다.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높은 마트 수준에 맞추면 슈퍼의 가격 경쟁력과 상품 품질이 마트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통합 소싱을 통해 마트와 슈퍼의 경계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협력사들로선 당장 슈퍼에 납품하는 가격을 마트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데 불만이 컸다. 롯데마트에선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등 일부 대형 식품제조업체의 상품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 대표가 통합소싱의 취지를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한 끝에 서로 한 발씩 양보해 지금은 거래가 재개됐다.
업계에선 신선식품 영역에서 롯데슈퍼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슈퍼는 지난 9일부터 제주산 하우스 감귤(1.2㎏)과 제주 천혜향(1㎏) 등 감귤류 4종을 9900원에 균일가로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도 동일한 상품을 같은 가격에 판다. 기존에 판매하던 다른 감귤류 상품과 비교하면 ㎏당 가격이 15%가량 저렴하다. 마트와 슈퍼는 통합소싱을 통해 산지와 60t에 달하는 매입 계약을 맺으면서 판매 가격을 낮췄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