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강진으로 두 나라에서 2만1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과 미국 CNN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지금까지 각각 1만8342명, 337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두 나라를 합친 사망자는 2만1719명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망자(1만8500명)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튀르키예 강진이 21세기 들어 7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낳은 자연재해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어 2003년 3만1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란 대지진 피해 규모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지진 과학자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한 건물 아래에 갇혀 있는 사람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새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을 넘길 확률을 24%로 추정했다. 이틀 전 14%에 비해 10%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이와 함께 USGS는 이번 지진에 따른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 추정 규모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6%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통상 72시간이라고 여겨지는 생존자 구조에 결정적인 '골든타임'이 지나갔지만, 구조대는 한 명이라도 더 구해내기 위해 시간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이날 기준 구조 인력 12만1128명과 굴착기, 불도저 등 차량 1만2244대, 항공기 150대, 선박 22척, 심리치료사 1606명이 지진 피해 지역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외교부는 전 세계 95개국이 원조에 나섰고, 이미 60개국에서 온 약 7000명의 구조대원이 현장에서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비록 지진이 강력하긴 했지만 잘 지어진 건물들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었다며 건축 내진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탓에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알렉산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비상계획 교수는 "이번 재난은 부실 공사로 인한 것이지 지진 탓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한편, 지진 피해 지역이 워낙 광범위해 신속한 구호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 탓에 현지에선 살아남은 이들 중 상당수가 2차 피해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지진 대응 담당자인 로버트 홀든은 "많은 생존자가 끔찍하게 악화하는 상황 속에 야외에 머물고 있다"면서 "물과 연료·전력·통신 등 생활의 기본이 되는 것들의 공급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최초 재해보다 더 많은 사람을 해칠 수 있는 2차 재해가 발생할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 정부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8500만달러(약 1075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키로 했다고 밝혔고, 세계은행은 튀르키예에 17억8000만달러(약 2조2514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