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6월부터 개인이 증빙서류 없이 해외 송금할 수 있는 외화 한도가 연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늘어난다. ‘외화 유출은 악(惡)’이라는 인식 아래 운영돼온 외환제도를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맞춰 효율적이고 개방적으로 바꾸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4차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 같은 ‘외환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외환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선진적으로 개선하고 외환 분야 금융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우선 올 상반기에 외국환거래 규정을 개정해 무증빙 해외송금·자본거래 사전신고 면제 기준을 연 5만달러 이하에서 10만달러 이하로 높이기로 했다. 지금은 개인이나 연간 수출입 실적 3000만달러 이하 기업이 해외로 한 번에 5000달러 넘게 송금하거나 연간 누적 송금액이 5만달러를 넘으면 외국환은행에 송금 목적이 담긴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외화를 차입할 때 신고 기준을 ‘5000만달러 초과’로 높이기로 했다. 지금은 3000만달러를 넘으면 기재부나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현지금융 별도규율 제도는 완전 폐지한다. 이 제도는 한국 기업이나 기업의 해외 지점·법인이 해외 영업을 위해 외국에서 외화자금을 차입하거나 지급보증을 받은 경우 이 금액을 국내로 들여오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기업이 해외직접투자에 나설 때 적용되는 복잡한 수시보고 절차도 단순화하기로 했다. 현행 외국환거래 규정은 해외직접투자에 나선 기업이 현지법인의 지분율 변동이나 투자업종 변경 등 국경 간 자본 이동이 없는 거래를 할 때도 정부나 은행에 사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또 송금 직후, 증권을 취득한 후, 청산 시점 등에도 보고 의무를 부과한다. 정부는 이 같은 수시보고 제도를 연 1회 정기보고로 통합하기로 했다. 사전 신고가 불필요한 해외직접투자 금액 기준도 1만달러 이하에서 5만달러 이하로 완화한다.
외환제도 규정 중 상당수는 시행령·규정 개정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기재부는 외환규제 체계를 네거티브 방식(원칙 허용, 예외 규제)으로 바꾸기 위해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법률 개정 시 현행 형벌 조항도 대폭 완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단순한 절차적 실수라도 10억원 이상 자본 거래를 사전 신고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 기준을 20억원 이상으로 높이거나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행정처분)를 부과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