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 글은 누가 썼을까? 챗GPT인가, 사람인가

입력 2023-02-13 10:01
수정 2023-03-09 00:01
[챗GPT는 오픈AI에서 훈련한 큰 언어 모델입니다. 사람이 문장을 입력하면, 챗GPT는 적절한 대답을 생성합니다. 이것은 인공지능 기술의 일종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대답할 수 있습니다.]

위 문장은 사람이 직접 쓴 것일까요? 아니면 기계가 쓴 것일까요?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무엇인지를 중학생과 고등학생용으로 써달라’는 사람의 글을 읽고 ‘대규모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생성해낸 답입니다. 문장만 보면 쓴 주체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영어로는 더 완벽한 문장을 구사합니다.

지구촌이 챗GPT 열기로 뜨겁습니다. 페이스북, 넷플릭스보다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고 있습니다. 나온 지 두 달 만에 3억 명을 넘었죠. 챗GPT는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하는 구글형 서비스를 구식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키워드가 아니라 글로 질문하면 맞춤형 문장으로 정리한 답을 제시합니다. 특정 주제로 논문을 쓰고, 소설을 쓰고, 컴퓨터 코딩을 짜고, 미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정도입니다.

모든 것은 진화한다고 했습니다. 인공지능도 예외가 아닙니다. 생물이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진화했듯이 인공지능도 그러합니다. 찰스 다윈은 진화를 촉진하는 것은 경쟁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을 꺾기 위해 챗GPT를 내놓자 구글도 곧 경쟁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뜨거운 이슈, 챗GPT를 알아봅시다. 세계가 깜짝 놀란 챗GPT 서비스…1분도 안 걸려 햄릿 독후감 써요 챗GPT가 지구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인공지능(AI)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 놀라운 녀석입니다. 키워드로 하는 검색은 이제 구식입니다. 질문을 글로 쓰면 글로 대답을 쫙 뿌려줍니다. 사람의 요구에 따라 논문도 쓰고, 시와 수필도 쓰고, 국어 숙제도 해줍니다. ‘대화형 검색 시대’가 훅 다가왔습니다. 간략한 역사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에 기반한 대화형 인공지능입니다. Chat은 ‘대화’ Generative는 ‘생성하는’ Pre-trained는 ‘미리 학습된’이란 뜻이고, Transformer는 다양하게 변형해 쓸 수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 모형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챗GPT는 입력된 것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로 입력된 데이터를 학습해 주어지는 언어와 그림을 읽은 뒤 결과를 대화하듯 제시하는 인공지능인 겁니다.

챗GPT는 2022년 11월 말 세상에 나왔습니다. 우리는 몰랐지만, 인공지능 세계에선 꾸준히 업그레이드돼왔다고 합니다. GPT 1, GPT 2, GPT 3 버전이 있었고, 챗GPT는 GPT 3.5 버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4.0 버전도 곧 나온다고 합니다. 챗GPT는 출시한 지 5일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페이스북은 10개월, 넷플릭스는 3년이 걸렸습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뜻입니다. 월 사용자는 1억 명에 달하고 전체 가입자 수는 3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것을 만든 기업은 오픈AI입니다. 2015년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등이 세웠는데 머스크는 지분을 팔고 나갔다네요. 마이크로소프트(MS)가 49%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챗GPT 기술인공지능은 인간 뇌를 수학적으로 구현합니다. 사람 뇌는 100조 개의 신경세포 즉, 뉴런이 서로 연결돼 작동하는 복잡계입니다. 천재들은 뉴런의 작동 방식(정보 입력과 출력)을 수학적 프로그램으로 표현해냈는데, 그게 컴퓨터죠. 수학적 뉴런이 단층 구조로 병렬된 것보다 다층 구조로 복잡하게 병렬되면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겁니다. 2016년 나온 바둑 알파고는 이런 다층적 병렬 분산 구조를 가졌습니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은 암묵적 정보나 모호성까지도 인간 뇌처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예를 들어 키, 몸무게만 보고 인식하면 2차원이지만, 피부, 웃음, 뒷배경, 과거의 일, 다양한 지식, 추억 등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려면 10차원을 넘어 20차원의 연산을 순식간에 해냅니다. 챗GPT 능력치거의 모든 질문에 중·고교생 수준의 답을 합니다. 최근엔 미국 변호사시험에 챗GPT가 합격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문제를 입력해줬더니 합격 수준으로 글을 써냈다는 겁니다. 구글 검색엔진에 쓰이는 코딩도 해줍니다. 논문 쓰기, <햄릿> 독후감 쓰기 숙제는 ‘껌’입니다.

못하는 것도 물론 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를 못합니다. ‘오늘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에 답을 못합니다. ‘오늘 날씨 어때?’에도 답을 못합니다. (1+1+1+2-2)÷3”을 못 풉니다. 실시간 정보를 미리 학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챗GPT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한 상태라고 합니다. 어제 끝난 축구 경기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거죠.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인간이 하는 가장 쉬운 것(자연스럽게 뛰기, 걷기)을 못한다는 ‘모라벡의 역설’에 여전히 빠져 있습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극복될 듯합니다. 시장 경쟁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1월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약 12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MS는 자사 검색 서비스인 빙(Bing·시장 점유율 3.5%)에 챗GPT를 얹으면 구글(시장 점유율 95%)을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구글도 맞대응한다고 합니다. 챗GPT 대항마로 곧 ‘바드(Bard)’를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기업의 몸값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NIE 포인트1. 챗GPT가 언제 출시됐는지 알아보자.

2. 챗GPT를 직접 써보고 향후 생길지 모르는 문제에 대해 토론해보자.

3. 어떤 기업들이 대화형 인공지능 시장에서 경쟁하는지 조사해보자. '앨런 튜링의 상상'이 현실이 될까…인공지능이 마음을 가지면 문제는?‘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1912~1954)은 1950년 ‘마인드(MIND)’라는 철학 잡지에 논문 하나를 발표했습니다. 논문 제목은 ‘컴퓨터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었습니다. 튜링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기계가 방 안에 있고 사람이 밖에서 말을 걸었을 때 기계가 한 대답이 인간이 했는지, 기계가 했는지를 알기 어렵다면 기계는 지능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계도 인간처럼 지능이나 의식을 가질 수 있음을 튜링은 오래전에 추론한 겁니다. 역시 천재군요. 튜링 테스트와 튜링 세계73년이 지난 지금 튜링이 살아서 챗GPT를 마주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내 생각이 맞았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지 모릅니다. 챗GPT는 비록 글로 묻고 답하는 인공지능(AI)이지만, 대답하는 수준은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화했습니다. 써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이유죠.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챗GPT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튜링이 꿈꾸었던 세계는 아마도 인공지능이 인간지능과 공존하는 곳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계와의 공존 말이죠. 인공지능 진화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른 현대 기술시대에 우리는 마음을 가진 기계의 출현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구글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우리가 가진 한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진 듯하다”고 말했다가 비밀누설로 해고됐다는 소문이 있는 걸 보면 말이죠. 결국 튜링은 마음조차 수학적 뉴런(신경세포)으로 구현해내는 세상을 예측했던 게 아닐까요? 인간 속에 존재하는 혁신기술인류가 혁신할 기술은 궁극적으로 인간 신체 안에 이미 존재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땅을 파는 포크레인과 조립 로봇은 인간 팔과 비슷한 구조와 작동 원리를 가졌습니다. 관절이 꺾이면서 땅을 파는 포크레인을 보면 인간 팔과 유사합니다. 망원경과 현미경은 인간 눈을 닮았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 뇌를 베끼려 합니다. 뇌는 기술이 완벽하게 복제해내려는 최후의 대상이라는 거죠.

인공지능이 구현하려는 뇌 신경망은 1905년 산티아고 라몬 박사(1852~1934)가 그려냈습니다. 대상은 쥐였습니다. 신경망 모양은 맡은 역할에 따라 달랐습니다. 매우 복잡하게 얽힌 신경망, 위아래로 뻗은 신경망, 나무처럼 생긴 신경망 등. 지금은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도 알려져 있습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짤 때도 뉴런 신경망처럼 병렬 분산형으로 구현합니다. 수학적 뉴런을 수없이 붙이면 대규모 정보처리가 가능해집니다. 새로운 진화 풍경챗GPT도 인공지능 진화 경로상에서 보면 초보 수준이라고 합니다. 갈 길이 멀다는 것이죠. 이보다 더 원시적이었던 엘리스, 엘리자, 시리, 알렉사, IBM왓슨에 비하면 수준이 높지만 말이에요.

인공지능 진화가 만들어낼 풍경은 그래서 예측불허입니다. 사람들이 무엇인지 모르고 쓸 수 있는 게 많을수록 진보한 문명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공지능 세계에서 사람들은 더욱 편리하게, 더욱 폭넓게 정보처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삶은 정보처리 과정”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인류는 인공지능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영위해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예로 챗GPT는 여행 일정과 경비 일체를 짜줍니다. 이용할 수 있는 여행업체와 상품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줍니다.

인공지능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바둑 영역에서 알파고가 나온 이후 인공지능을 휴대폰으로 몰래 보고 바둑이나 체스를 둬서 이기는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인공지능에 기대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도덕한 일이 발생하는 거죠. 작문 숙제도, 논문도, 그림 그리기도 인공지능에 맡기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실과 다른 글, 편향된 시각으로 쓴 글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교육계는 벌써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100년, 200년 뒤 인공지능은 어떤 수준에 이를까요? 챗GPT가 구시대 유물이 될 것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NIE 포인트1.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이 누구인지 알아보자.

2. 인간 뇌의 뉴런과 컴퓨터에 구현된 수학적 뉴런을 비교해보자.

3. ‘100년 뒤 인공지능은 얼마나 진화할까’를 주제로 토론해보자.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