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봤다면 안 살 수가 없을텐데"…종토방 '들썩'

입력 2023-02-10 09:11
수정 2023-02-10 10:08
'2023년에도 채널 고정', '4분기는 아쉽지만 올해를 바라보자', '연말 실적은 아쉽지만 올해는 다 가진 자', '걱정보다 기대가 앞서는 이유', '아쉬울 실적에도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 등.

10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를 보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들어 콘텐츠기업 스튜디오드래곤에 대해 이 같은 제목의 보고서들을 내놓았다. "작년까진 아쉬웠지만 올해부터는 기대하시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작년 4분기 실적도, 올해 주가 흐름도 지지부진한 스튜디오드래곤에 증권가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작년 4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냈다. 4분기 영업이익은 1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1.4% 쪼그라들었다. 판권 상승과 제작사 인수, 인센티브 등 일회성 비용 때문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4분기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1905억원과 85억원을 기록했다. 통상 기업들은 4분기 실적이 부진하면 이듬해 1분기 실적에도 동반 하락의 부담이 있다.

주가도 부진했다. 올 들어서 전일까지 소속시장인 코스닥지수가 15.5% 오를 동안 스튜디오드래곤은 오히려 3% 넘게 빠졌다. 작년 11월부터 약 두 달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뒤 올 초는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전일 종가는 8만3400원이다.

실적도 주가 모두 아쉬운 스튜디오드래곤에 증권가 시선이 따뜻한 이유는 무엇일까. 잘 만든 작품들 때문이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위트홈', 미스터 선샤인', '더 글로리', '빈센조' 등 이 회사의 드라마들은 내놓았다 하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올해 출발부터 성과가 좋다. 올해 첫 작품인 배우 전도연, 정경호 주연의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은 8회 시청률 11.8%을 기록했다. 수도권 가구 기준으로는 평균 13.6%, 최고 14.4%까지 치솟으며 모든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로도 여러 간판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회사는 배우 송혜교, 임지연 등 주연의 '더 글로리 파트2', 배우 박서준, 한소희 주연의 '경성크리처'와 배우 김남길, 서현 주연의 '도적: 칼의 소리' 등을 넷플릭스에서 선뵐 계획이다.

잇단 흥행에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종목토론방을 보면 애청자에서 주주로 변신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포털 등의 종목토론방을 보면 '더 글로리 시즌2 곧 나온다…드라마를 봤다면 주식을 안 살 수가 없을텐데', '일타스캔들 별 기대 안 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주식까지 샀다', '콘텐츠주는 투자경험이 없는데 드라마 보고 재밌어서 조금 사볼까 생각 중이다' 등 의견이 올라왔다.

특히 올해부터는 회사가 '시즌제'를 본격 도입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시즌제는 이미 검증받은 작품의 후속편이나 프리퀄이어서 판권 판매가 안정적이고 인센티브가 추가되는 경우도 나타난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2', '구미호뎐 1938', '아스달 연대기2', '경이로운 소문2', '스위트홈2', '형사록2', '소년심판2' 등 9편이 출격을 준비 중이다.

회사는 작년보다 2편 많은 35편의 작품을 만들 전망이다. 제작 규모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회차당 매출액은 7억3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작년 19억2000만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동시 방영작도 같은 기간 1편에서 10편으로 늘었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는 플랫폼 확장과 오리지널 증가로 아쉬운 마진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견조하다. 여러 간판 작품을 통한 외형 성장과 시즌제 작품 라인업 확대로 인한 기존 작품 대비 마진율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라며 "한한령 해제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중국 시장 개방 시 수혜도 스튜디오드래곤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대기 중인 글로벌 OTT 오리지널 작품들이 많은 데다 중국 동시방영 기대감이 유효해, 풍부한 투자 모멘텀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주가도 그간의 조정기를 끝내고 다시 뜀박질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잠시 조정을 겪었던 것은 올해 기대작이 아직 방영 전이고 중국 시장의 재개방 여부가 불확실했기 때문"이라며 "이달 초 2023년 전략을 제시한 만큼 올해 기대작들이 방영되는 시점과 맞물려 주가는 다시 상승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